씨앗 서른여섯. Serendipity

뜻하지 않은 소소한 행운

by 선량한해달


「내 인생에 예쁜 자극」


힘들거나 생각할 일이 많을 때 제주행 비행기에 오른다.

활동 반경이 넓지 않은 나는 한 곳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호텔을 찾는다.


호텔 밥을 먹고,

호텔 정원을 거닐고,

호텔 수영장에서 운동하고,

호텔 북카페에서 책을 읽고,

호텔 여기저기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시설 좋은 호텔이 저렴한 제주도라서 다행이고

보물 같은 섬을 가진 국가의 사람이어서 더 다행이다.


이번에도 마음이 갑갑해 제주행을 택했다.

바로 어제, 제주를 좋아하시는 어머니와 함께

한 호텔에 틀어박히기로 했다.


비수기 평일의 한산한 제주 호텔.

강한 바람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파란 하늘.


마음 복잡한 발이 1층 로비에 닿은 순간

이미 충분한 안정감이 밀려들었다.


"다행히 방이 여유가 있고 어머니도 계시니

특별히 바다가 잘 보이는 방을 드렸습니다."


뜻밖의 호의에 기분이 널을 뛴다.


"어머, 감사합니다."

소녀 같은 엄마의 감사 인사에 행복이 더해진다.


도착한 호텔방은 단지 바다가 잘 보일뿐만 아니라

방 두 개가 붙은 스위트룸이었다.


원래 이용하던 호텔이 하루 20만 원에 육박해

어차피 바닥에 주저앉을 몸인데 저렴한 호텔을

이용하는 건 어떨까 싶어 급히 검색해 찾은 호텔이었다.


이름은 알려져 있지만 오래된 호텔로

평소 같았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터였다.


우연히 선택한 이 호텔이 준 기쁨.

이 호텔의 사람들이 마련해준 행복.


수영장, 산책로, 다이닝, 책 대신 잡지.

작고 낡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바다가 보이는 방에서 연한 커피 한 잔.

엄마와 나의 플러스 행복.


이것이 바로 내가 최근 경험한 세렌디피티.



20190529_090002.jpg

(은 날 호텔방 발코니에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씨앗 서른다섯. 자연에 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