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스물하나. 춤추는 소년

인체의 아름다움

by 선량한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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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움직이다」


여고 시절, 우리 학교에는 무용 수업이 있었다.

이 드문 선택과목은 학생 모두를 당혹스럽게 했다.


탄듀, 쁠리에….

이름마저 생소한 발레 기본 동작들을 익히며

'뭐야, 의외로 재미있네.'라고 생각했지만


다음 날 울부짖는 근육의 비명을 온몸으로 느끼며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실감했었더랬다.


그래서일까, 춤추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 한 구석에

존경심과 경이로움이 묵직하게 자리 잡는다.


기예에 가까운 동작들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면 인체의 한계는 어디인지 궁금해진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정적인 취미를 가진 내가

무용과 같은 동적인 취미를 가질 수 있을까?

그런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댄스학원 홈페이지를 검색해보다가

갑자기 터져 나오는 웃음에 마음을 접었다.


내가 춤을 춘다는 것 자체가 아름다움이라는 소중한

가치에 폐를 끼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기로 했다.

인류의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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