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쉰하나. 첫 염색

어머, 머리 감고 오셨어요?

by 선량한해달

「자연갈색으로요」


“어머, 머리 감고 오셨어요? 염색 처음이시구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옆자리에서

첫 염색을 한다.


‘요즘 아이들은 빠르구나.’

설렘으로 가득 찬 운동화 발끝이 예뻐 보였다.


나는 서른셋이 되던 해 처음으로 염색을 했다.

염색하는 날에는 두피 건강을 위해 머리를 감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사실도 그 날 알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두피의 화끈거림을 20여분

견딘 후 드디어 세련된 갈색 머리칼을 갖게 됐다.


‘진작 할걸.’


10년 전, 항공업계를 목표로 하는 대학생이

앞머리, 펌, 염색 등의 스타일링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특기 언어별로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일한 기업인

한 항공사를 향한 도전에 수차례 실패 후, 차선책으로

외국 항공사에 입사하며 염색을 고려했지만


내 성격상 다음 해에 다시 도전할 것이 뻔해

굳이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서른셋에 현재의 직장으로 이직하며 이제 현실적으로

한국 항공사 신입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과감히

염색을 했다.


염색 없이 지낸 20대의 10년이 무색하게 염색

후에도 틈틈이 국내외 항공사 면접을 보고 심지어

합격하여 또다시 이직을 고민하기도 했다는 것이

아이러니지만.


난 왜 그 아름다운 10년 간 소속되지도 않은

회사의 규정에 따라 살았을까 가만히 되짚어본다.


그만큼 소중한 목표여서.

가능성이 보였던 분야라서.

실제 항공 일을 해보니 더욱 좋아서.


‘다시는 내 인생에 후회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복직까지 한 달 남짓한 이 시점, 내 머리는 검정이다.

작년 말, 한국 나이 서른다섯에 한 일본 항공사에

합격하며 항공업계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로 물들인

검은 머리다.


마지막 순간에 결정을 바꿨고 내겐 꽃분홍 유니폼 대신

검게 물들인 정갈한 생머리만 남았다.


곧 미용실을 찾아야겠다.

오랜만에 염색이 저렴한 미용실을 검색하는 손이 바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씨앗쉰.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