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안부
한국에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낯선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타고 내릴 때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눈다.
주로 캐네디언을 비롯하여 중동, 동유럽이나 아시아에서는 홍콩에서 온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눈이 마주치며 미소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 내릴 때쯤이면
“Have a good day.”
“Bye.”
어김없이 인사가 오간다.
나는 서둘러 화답하느라 가끔 엉뚱한 말을 하곤 한다.
그저 따라 하면 될 텐데, 영어를 한마디라도 더 잘해보려다
아직 주말도 아닌데 “Have a good weekend.”이라고 하거나
“Thank you.”라고 엉뚱한 인사를 건넨 적도 있다.
그러면서 인사할 때마다 내 고개는 자동으로 꾸벅 숙여진다.
쿨한 척 흉내 낸 인사말과 고국의 예의를 갖춘 몸짓의 언밸런스.
시간이 지나면 나도 여유롭게 손을 들어 보이며 인사할 수 있겠지.
오고 가다 만난 낯선 이들끼리의
짧게 주고받는 인사
"Hi, There."
"Take care."
"Good morning."
"Have a good day."
사람들 몸에 베인 습관이든 이 나라의 관습이든,
그 짧은 안부는
이방인의 마음에 따뜻한 친절로 스며든다.
몇 번 인사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일상 이야기도 오간다.
“비가 계속 오네요.”
“오늘 날씨 참 좋죠.”
그들은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묻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말하거나
제주도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이웃이 되어 가고 있다.
이곳의 사람들은 낯선 이에게도 호의적이고,
나는 그 분위기에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도 많다.
종류도 다양해서 오가다 보는 것만으로 즐겁다.
강아지를 무척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과 나는
만날 때마다 “우와~” 하며 쪼그리고 앉는다.
“귀엽네요.” 하고 손을 내밀면
주인은 밝게 웃으며
“사람을 참 좋아해요. Friendly 하죠.” 하고 말을 건넨다.
엘리베이터에서 나누는 인사와 스몰토크는
이민자가 많은 이곳에서
서로가 믿을 만한 이웃이라는 신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반면에 극소수이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시선을 바닥에 두고
한마디도 하지 않는 이들도 있는데,
중국인일 때도 있고, 한국인일 때도 있다.
한국에서는 낯선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으니까.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다.
분명 다른 사람과는 스몰토크를 하던 그분이,
나와 단둘이 남는 순간
엘리베이터 안은 조용해진다.
서로 한국인인 걸 알면서도
“Bye”라고 하기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안녕히 가세요”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아마 그분도, 나처럼
속으로 한참을 망설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먼저 내리면
남은 사람과 내린 사람 모두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겠지.
이게 어쩐지 더 편해서,
매번 웃음이 난다.
아~~ 대한민국~~~
아~~ 나의 조국~~
서운한 건 아니다.
다만, 같은 한국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인사를 나누는 것이 어색한 이 시간이
조금 아쉽게 느껴질 뿐이다.
여기는 캐나다니까.
그러다 어느 날 쓸데없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우리는 오래도록 마음을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것을 미덕으로 배워왔다.
왜 유명 과자 광고 CM 송 있지 않은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그냥 바라보면
마음속에 있다는 걸
정(情)
-오리온 초코파이-
한국의 미는 여백에 있다.
새하얀 화선지에 검은 묵으로 찍어놓은 점 하나로도 예술의 가치를 크게 얻을 만큼
다 채우지 않아도, 다 말하지 않아도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는 문화.
반만년 역사,
훌륭한 언어를 가졌으나 꼭 필요한 표현에 서툴고
속내를 최대한 감추어 표현을 절제하는 것이 오래도록 미덕이었던 사회.
마음으로 원하나 거절하는 것이 옳다고 여겨온 사회.
하지만,
이제 21세기 어머니들은 드시고 싶으시면 짜장면이 좋다고 하시는걸.
몰라 몰라.
왜 우리는 편하게 인사하지 못할까를 고민하다 끄적여본다.
다음에 만나면 그분께 초코파이를 하나 건넬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냥 바라보면~~
음~~~
마음속에 있다는 걸.
‘정(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