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쿨 잠을 자다 인기척에 눈을 겨우 떠보니 누가 내 앞에 우두커니 서서 나를 보고 있다.
어깨까지 오는 단발,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꼼짝 안 하고 나만 쳐다보고 있는 모습에 '귀신인가?!'
섬뜩해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눈을 더 떠보니, 이 녀석 배시시 웃고 있네?
작은놈이다.
이럴 땐 딱 정해져 있다.
쉬를 했거나, 화장실 가기가 무섭다거나...
쉬를 한 경우가 많았기로
일명 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쉬 했어?"
키득키득 웃기만 하길래 엉덩이를 만져보니 축축하다.
"얼른 들어가서 젖은 옷 벗어야지 왜 여기 서있어?" 하며 손을 잡고 욕실로 데려갔다.
오밤중에 남의 잠 다 깨워놓고 뭐가 기분 좋은지, 계속 웃으며 "엄마, 엄마 "하고 이야기를 한다.
잠결이라 손에 힘이 잘 안 들어가서 그런지 젖은 바지 벗기기가 어렵다.
엉덩이 위에서부터 돌돌 말아져 벗겨지는 게 웃긴가 보다.
그 밤중에 까르르 까르르~
이불 어디가 젖었는지 물어보니, 잠자리에서 싼 게 아니란다.
"아니 엄마, 까르르~내가 쉬하려고 들어왔거든? 까르르~
아니 근데 변기에 앉으려는데 싸 버렸어. 우헤헤헤헤 까르르르~~"
이 놈이 이렇게 귀여운 얼굴로 웃어대니 나도 웃음이 절로 나네?
혼날까 봐 그 짧은 사연을 까륵까륵 거리며,
옷을 다 벗어 세숫대야에 세제 풀어 담그고 엉덩이를 씻겨줄 때까지 길게도 늘려서 이야기를 한다.
"그래도 너 이제 1학년인데, 자주 이러면 곤란해. 수박 많이 먹을 때 알아봤어 내가."
"엄마 근데, 엄마는 아홉 살까지 쌌다며? 난 아직 여덟 살이니까 1년 남은 거 아니야?"
데헤잇. 당했다.
이전에 밤에 쉬하고 아빠한테 혼나길래(그날은 아빠를 깨웠던 것이다) 다시 잠자리에 들 때
기죽지 말라고 해 준 내 이야기를 이렇게 적용할 줄이야.
"넌 엄마보다 더 나아야지. 엄만 아홉 살까지였으니까 넌 여덟 살로 해."
"응, 헤헤헤. 난 엄마가 오줌싸개였어서 너무 좋아. 꺄르르르르"
그리고는 뽀송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를 꼭 껴안아주고 가서 잔다.
이 귀여운 놈을 어쩌면 좋을까?
하나 더 낳을 걸 그랬다.....
과거사는 조심하도록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