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와서 낯설고 물설던 그 시절 불어를 못한다고 한 순간에 동양에서 온 실습학생으로 인계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Samsung, LG가 일본 브랜드라고 하는 이들에게 대한민국 브랜드라 바로잡아주고 그들의 무지를 계몽할 만큼 불어 실력이 늘었다. 나를 Chinois라고 부르는 이들의 한국이나 중국이나 같은 나라가 아니냐는 억지에 카메룬사람들이 싫어하는 나이지리아를 예로 들어 그럼 카메룬이나 나이지리아나 다 같은 나라냐, 내가 너를 나이지리아 사람이라고 해도 좋냐고 되물으니 모두가 박수를 쳤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나의 언어능력을 두고 극찬하기도 한다.
내 어학에 소질이 있는 것도 맞지만, 언어끼리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 같다.
이곳에서는 무시당하는 영어가 불어 덕분에 많이 늘었다. 영어가 늘면서 불어도 더 잘 말하게 되는.
2주간 한국에 입원해 있는 동안 마무리하지 못한 프로젝트 생각이 얼마나 났는지, 오자마자 물품을 찾아 야운데, 두알라를 돌아다녔다.
건물만 있는 현지의 병원 현실을 본국에 알리고 본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보고했다.
환자들이 모든 물품을 준비해 와야 처치를 해주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바푸삼 도립병원을 기대하며 현지에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으로 프로젝트 진행을 하고 싶었다.
병원이 병원다워지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품 구비.
< 병원이사장과 임원단이 물품지원을 기념하며 응급실을 방문함>
내 프로젝트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배경] 1년 9개월간 분만실,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외과 병동 및 원내 교도소 수감 환자실을 rotation 하며 일하여 본 결과 근무지 안의 열악한 부분을 돕고자 하는 의료 장비 지원에 관한 본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수술실과 바로 인접한 중환자실에는 흡인기기(suction기)가 1개뿐 이어서 수술을 하던 중에 중환자실에서 응급 상황(arrest)이 생기면 쓰던 기기를 옮겨 중환자에게 사용하는 불결한 의료행위가 서슴없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위생과 소독, 멸균에 관해 무지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실정 가운데서 이들이 해나가는 하나의 방법이기에 그것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조차 없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중략).
[결과] 정육점에서 사용하는 저울 위에 고무 세숫대야를 놓고 갓 태어난 신생아의 체중을 재었으나 이번 지원을 통해서 신생아의 키와 몸무게를 한 번에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중략).. 외과 수술에 필요한 ANUSCOPE은 치질과 항문 질환 환자가 많은 현지 외과 수술에 도움을 주게 되었다. 워낙 오랫동안 사용해 온 무뎌진 수술 도구들을 수술 집도의가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였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 같지만, 사실이다.
열악한 환경에 연민을 느껴달라는 호소문이 아니라, 충분한 자원을 통해 의료인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프로젝트의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이곳에 한국형 병원이 생기고 센터역할을 하며 현지 의료인을 키워내는 것을 제안했다. 한 명의 봉사단원으로는 영향을 미치기에 너무 미약하고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진 것을 나눠주는 것은 쉽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내가 떠나면 이어질 수 없는 도움이기에 현지에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지원방법을 찾는 것이 현지봉사단으로서 해야 할 일이었다.
<외과병동 수간호사, 병원장과 행정과장>
부디 병원은
환자의 위급한 순간에 장사를 하지 말고 돈보다는 고귀한 생명을 우선할 수 있기를
사명감으로 의료인은 환자를 위해 헌신할 수 있기를
사람의 죽고 사는 것이 하늘에 달려있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의료인으로서 양심을 가지고 환자를 위로하고 도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의 고향, 내 친구들 바푸삼 , 바밀리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