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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소정 Sep 20. 2023

인생의 전환점을 찾아 스위스로 떠난 농활

29살, 나는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26살부터 홀로 강원도 영월로 귀농귀촌한 서울 여자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 사업이 망했거든요. 2019년 새해가 밝은 날부터 창업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하루로 쉬지 않고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왔어요. 그러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시골까지 흘러들어와서 벌써 4년째 살고 있고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길을 잃어버렸어요. 인생은 계획처럼 흘러가지 않더라고요.


25살, 휴학을 하고 판교에서 창업을 시작했어요. 대학에서 한방재료공학을 전공하면서 한방에 대한 편견을 깨보고 싶은 꿈을 갖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헛개나무와 벌나무를 기반으로 하는 술에 타 먹는 숙취해소 제품을 개발했어요. 운이 좋게도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았고, 사회적으로도 조금씩 주목을 받았어요.


26살, 본격적인 판매를 진행해 보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계획이 중단됐어요. 술자리가 먼저 사라지고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일들도 점차 없어졌어요. 정처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기보다는 제품에 더 집중을 하기 위해 귀농귀촌을 결심했어요. 직접 기른 농산물을 활용하여 건강식품을 개발해 식품사업을 시도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강원도 영월로 내려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27살, 무식해서 용감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했어요. 창업에 도전할 때와 마찬가지로 농사도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거든요. 책으로만 배운 지식으로 작물을 잘 키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비교적 쉬운 벌나무를 재배했어요. 벌나무가 헛개나무 다음으로 숙취해소 효과가 있는 원료로 유망하다고 예상했거든요. 하지만 잡초와의 전쟁에서 대참패를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건강식품을 개발해 온라인 판매도 진행했죠. 철분제, 발포 비타민, 새싹보리 젤리 스틱 등을 OEM으로 생산하여 스마트스토어나 쿠팡에서 판매했어요. 역시나 온라인 마케팅도 쉽지 않았어요.


28살, 농사와 사업 모두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했어요. 2021년부터 새벽에 일어나서 오전까지는 밭에서 일을 하고, 점심부터 오후까지는 사무실에서 건강식품을 포장해 택배를 보내요. 그리고 저녁부터는 밀린 사무일을 처리하고 밤에는 광고 확인을 해요. 이렇게 2년 동안 매일 바쁘게 살다 보니 체력적으로 한계가 오더라고요. 심지어 주말에도 경영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원까지 다녔거든요. 제가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거죠. 이렇게 살면서 돈이라도 많이 벌었으면 버틸만했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점점 매출을 올리기 위해 사용되는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더라고요. 이런 일들로 인해 제 자신에게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내가 지금 하는 일이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가는 방향이 맞는 걸까.


29살,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2023년 초에 남은 재고를 모두 판매하고 온라인 사업을 중단했어요. 제 장점은 오프라인에 있는데 온라인에서 전문 마케터들과 경쟁하려니 상대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하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지 않았어요. 지쳐버렸죠. 그러다 우연히 신문에서 청년 농업인을 글로벌 리더로 육성하는 'IFYE(국제교환훈련프로그램)' 모집 공고를 보았어요. 마치 운명의 이끌림처럼 현재 맞닥뜨린 일들을 제쳐놓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접수 마감일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나머지는 운명에 맡기기로 결심했어요.


그렇게 저는 현실 도피하듯 하던 일들을 모두 중단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스위스로 농활을 떠났어요.


스위스에서는 2달 동안 농장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지냈어요. 홈스테이 가족들과 함께 여행도 다니고 농장 일도 도와주며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제 목적은 여행이 아니었거든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꿈을 이룰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어오는 것이 목표였으니까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위스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돌아다녔어요. 홈스테이 농장에서는 호스트 가족들에게 농장에 관해 궁금한 점을 매일매일 질문했고요. 그렇게 2달 동안 스위스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농업과 삶의 방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어요. 다시 시작할 용기도 얻었고요. 앞으로 스위스에서 배우고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시골 생활에 대해 얘기해 볼게요.


제 꿈인 평화로운 삶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을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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