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대하는 스위스 사람의 태도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다면, 일단 즐기며 살아보자.
스위스에서 아이들과 지내면서 가장 신선했던 경험은 수영이었어요. 스위스 사람들은 학교에서 수영을 배우고 어릴 적부터 물과 가까이 지내요. 스위스는 호수와 강이 많아서 수영하기 아주 좋은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거든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취미로 즐기며 살아가요. 호수나 강을 만나면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 맨 몸으로 뛰어들어요. 깊이가 얼마인지 상관하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드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에요. 높은 곳에서 멋지게 뛰어내리는 연습을 하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더운 여름날이면 강과 호수 주변에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어요. 다들 수영을 하기 위해서 수영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데, 그 어디에도 탈의실은 찾아볼 수가 없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영을 한 후 수건으로 살짝 가리고 길 위에서 옷을 갈아입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래시가드를 입고 온몸을 꽁꽁 감추기 바빠서 길 위에서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상상해보지도 않았을 거예요. 만약 우리나라의 길거리에서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경악하겠죠. 하지만 스위스 사람들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아요.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요. 이러한 시선에 대한 자유로움이 스위스의 수영 문화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로지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말이죠.
스위스의 아이들은 수영과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워요. 운전면허 시험처럼 필기시험도 보고 실기 시험도 봐야 한대요. 농장 홈스테이를 하는 동안 옆집에 사는 아이가 자전거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메달을 자랑하러 와서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길을 가다가 우연히 자전거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만났는데, 교통질서를 알려주는 선생님이 경찰관이라는 걸 알게 됐죠. 스위스에서는 경찰관들이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는 수업을 별도로 진행한다고 해요. 헬멧 착용은 필수이며, 우회전이나 좌회전 시에는 팔로 방향을 표시하는 등 자전거 교통질서에 관한 규칙들을 가르쳐요. 이런 조기 교육을 통해 안전한 사회 질서를 만들어 나가요.
아이들은 이렇게 배운 자전거를 타고 어디든 다녀요. 등하교를 하는 건 물론이고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 가기도 해요. 스위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7월에 2주간의 휴가를 즐겨요. 그때는 도시 곳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산속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유럽 전역을 자전거로 돌아다니기도 해요. 가끔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같은 주변 국가의 가족들이 스위스로 자전거 여행을 오는 사람도 만날 수 있어요. 유럽은 국경을 편하게 넘나들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여행을 하기에 참 좋아요.
제가 홈스테를 했던 가정의 15살 남자아이가 2년 전에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스위스 오른쪽에 위치한 '리히텐슈타인'이라는 나라를 여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중학생이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들이 아이들끼리의 여행을 허락해 주셨다고 해요.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그들은 바로 떠날 수 있는 거예요. 스위스는 유럽 국가 중에서 비교적 치한이 좋아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스위스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려고 노력하는 느낌도 들고요.
스위스의 교육 방침에서도 이러한 점을 알 수 있어요. 스위스에서는 중학생이 되면 2가지 선택지를 가져요. 대학 진학을 희망한다면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고, 직업을 찾기를 원한다면 'Apprenticeship'이라는 직업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해요. 예를 들어, 간호사가 되고 싶다면 관련된 시설에서 주 4일 정도 근무를 하면서 일을 배우고 나머지 하루는 학교에서 이론 수업을 듣는 방식이에요. 농부가 되고 싶다면 소 농장에서 일을 하면서 농장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것들을 배워요. 특히 농장의 경우, 농장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2-3 곳 이상의 농장에서 경험을 쌓는다고 해요. 그래서 10대들이 농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 거였어요.
만약 처음 선택한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다른 교육 과정으로 변경할 수 있어요. 다시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를 할 수도 있고요. 스위스에서는 1-2학년 정도의 차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거든요. 부모님들도 자신들의 역할이 자녀들이 원하는 직업을 찾아 독립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곁을 지켜주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학구열이 높은 부모들도 있지만 제가 만났던 아이들의 이야기로는 전반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해요. 한 번은 제가 고등학교를 다니며 저녁을 먹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다들 굉장히 놀라워했어요. 스위스에서는 학교에서 저녁까지 먹으며 밤 10시까지 공부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해요. 그만큼 아이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일이 삶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놀고 싶으면 여행을 떠나거나, 수영하고 싶으면 뛰어내리면 돼요.
이렇게 공부와 직업뿐만 아니라 여가 시간을 통해 경험하는 다양한 일들이 자유로운 삶의 일부분이에요.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주도적으로 삶을 움직이며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발전시키며 사는 거죠. 이런 자유로운 방식으로 삶의 질을 높이며 행복을 추구하는 가치관은 우리가 본받을만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고 행복을 찾아가는 길, 이게 바로 진정한 자유로운 삶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