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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람 May 22. 2024

잘생김을 연기하는 진실한 방법

Feat. 조우정과 베네딕트 컴버배치

어느 날 평소와 같이 그림을 그리다가 거실로 나왔는데, 어머니께서 웬 희한한 드라마 하나를 보고 계셨다. 옷도 굉장히 희한하고, 배경이나 건물도 희한하고, 나중에 알아봤더니 내용은 더 희한한 드라마였다. 바로 총 3번의 인생을 사는 신선 백천과 그의 남편 야화에 대한 이야기, <삼생삼세 십리도화>였다. 거실에 앉아 쉬는 동안 어머니와 함께 홀린 듯이 그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남자 주인공 야화가 막 등장했다. 그는 만날 수 없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미 앞 내용을 다 보신 어머니께서 “이 사람, 괜찮지 않니?”라고 물어보셨다. 보아하니 벌써 감정이입이 끝나신 상태였다. 나는 멍하니 그의 눈물을 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말했다. “저 사람은 내가 여태껏 본 사람 중 가장 맑게 생겼는데?”     


맑게 생겼다가 내 기준에서 칭찬이냐고? 물론이다. 내 기준에서는 ‘잘생겼다’보다 한결 더 나은 칭찬이다. 그 사람에게서 맑은 아우라가 나온다는 뜻이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아우라를 다른 말로 하면 그 사람만의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분위기가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분위기는 꾸며낼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분위기는 그 사람의 외모가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야화 역할의 조우정은 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잘생긴 배우는 아니다. <삼생삼세 십리도화>에서 주연으로 캐스팅될 때도 나이가 너무 많아서 논란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는 <삼생삼세 십리도화>에서 모두를 감동시킬 만큼 멋진 야화의 모습을 연기했다. 그의 깊은 눈빛과 단정한 태도에서 우러난 맑고 진중한 분위기는, <삼생삼세 십리도화>가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작으로 남게 하는 데 기여했다.   

   

영국 드라마 <셜록>으로 잘 알려진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연기하며 ‘잘생김’을 연기하는 사람 중 하나다. 이 사람 또한 원래 외모가 그다지 잘생긴 편은 아니지만, 셜록 홈즈를 연기할 때는 한없이 지적이고 멋진 모습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사람의 얼굴이 맡은 역할에 따라 실제로 달라질 리가 있겠는가. 표정 등은 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외형이 달라질 수는 없다. 그가 사건을 해결할 때의 그 당당하고도 자신 있는 모습과, 천재적인 지적 능력,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셜록을, 그리고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만인의 연인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셜록의 인기가 수직상승하게 된 이유도, 결국은 그의 외모가 아니라 그의 내면이었다는 것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내 생각에 그러한 매력적인 아우라는 ‘몰입하는 인간’에게만 나오는 특징이다. 극 중 조우정의 역할 야화는 자신의 사랑에 완전히 몰입하는 사람의 역할이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도 않고 그 외 다른 목표도 세우지 않는 역할이었다. 사랑에 진심을 다하는 인간의 모습은 말하지 않아도 그려진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많은 것을 고려할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고, 일을 최대한 바르게 처리하려고 할 것이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이 바로 서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것이 깊은 눈빛과 단정한 태도로 나타날 것이다. 즉 야화의 몰입, 백천에 대한 진심 어린 깊은 사랑이, 야화역의 조우정을 실제 이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 것이다.      


꼭 사랑에 몰두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셜록 홈즈는, 자신의 지적 능력을 자극하는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데 완전히 ‘몰입’했다. 오직 사건을 해결하는데 온 신경이 가 있는 그의 얼굴에는 열띤 긴장감이 넘쳐흐른다. 그의 집중된 열정은 그 자리를 장악할 수밖에 없다. 그는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지만, 본인은 주목을 끌려고도 하지 않고, 거기에 관심도 없다. 그저 사건을 해결할 뿐이다. 셜록 홈즈 또한 야화와 마찬가지로 다른 곳에 한눈을 팔거나, 사건 해결 이외의 다른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단 하나의 목표에 자신의 진심을 다 쏟는 그의 모습은 마치 후광을 덧입은 것처럼 그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그렇다면 왜 ‘몰입’은 그 소유자를 그토록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까? 사실 몰입은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길이다. 인간으로서 풍부하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 모두 거쳐야 할 관문이 바로 몰입이다. 사랑이든, 일이든, 취미이든, 우리는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그걸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인격의 큰 향상을 이룬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만의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몰입을 이뤄낸 사람을 존경하며 따른다. 야화든, 셜록이든 간에, 우리는 그들의 외모가 아니라 내면을 동경하고, 멋있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섹시하다고 보기도 한다. 


결국 몰입의 핵심은, 자신이 세운 목표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범죄 사건 해결처럼 정의롭거나, 사랑처럼 아름다운 일에 그토록 진심을 다할 수 있다면 두말할 나위 없다. 우리는 매력적인 인간을 늘 찾고 있고, 또 스스로 매력적인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를 훨씬 아름답고 멋지게 보이게 하는, 아우라의 힘을 덧입어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의 목표와 목적매순간 최선과 진심을 다함으로써 말이다.


-202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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