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속의 호랑이가 댕청해보이는 이유

by 제이


80858_81298_814.jpg


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대한 반응이 엄청나다. 넷플릭스에서 영화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한 데다가, OST 전체 곡이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 ‘핫100’에 진입했다. 글로벌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 또한 케데헌이 점령한 지 오래다. 저승사자들이 만든 아이돌 그룹인 ‘사자 보이즈’의 <Your Idol>이 스포티파이 ‘데일리 송 top 50’의 1위 곡이 되었다. 지금까지 이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던 K팝은 정국의 <세븐>과 지민의 <후>, 그리고 로제의 <아파트> 단 3곡뿐이었다. 여러모로 이 영화의 약진이 두려울 정도다.


이 영화에는 단순히 K팝 뿐만 아니라 수많은 한국의 디테일이 숨어 있다. 숟가락 밑에 가급적 냅킨을 깔고, 들쑥날쑥한 날씨 때문에 사람마다 패션이 다 다르다. 국밥 옆에는 반드시 깍두기가 있어야 하고, 바닥의 주차 금지 사인에는 아랑곳없이 주차하며, 남산은 언제나 교교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렇게 다양한 한국의 문화를 영화 속에 가득 담아냈지만, 그중에서 가장 인기인 것은 나오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호랑이 ‘더피’이다.


호랑이는 두말할 나위 없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맹수 중의 하나다. 한국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호랑이 ‘더피’는 그다지 무서워 보이지 않는다. 물론 필요할 때는 주위를 위협하는 기를 발산하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대부분 맹하고 순해 보인다. 하는 짓도 호랑이가 아닌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귀엽고 깜찍하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댕청미’가 가득하다고 말할까. 참고로 댕청미는 백치미의 다른 말이다. 매우 느긋하고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진무구한 존재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JU0np.jpg


이러한 더피의 컨셉은 거의 대부분 민화에서 나왔다. 사람들은 더피의 ‘무해함’에 반했다고 말한다. 쓰러진 화분을 다시 세우려고 시도하는 더피의 등장 자체가 공격성 제로의 선한 마음, 즉 무해함의 극치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그런데 이런 특징은 아마도 호랑이가 등장하는 민화의 목적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민화, 그중에서도 호랑이가 등장하는 민화의 목적은 대체로 벽사이다. 벽사란 악한 귀신을 쫓아내는 힘을 말한다. 강력한 존재인 호랑이를 그림으로써 귀신이 겁을 먹고 물러나길 바랐던 것이다. 해로운 존재를 퇴치하는 민화 속 호랑이를 모티브로 더피를 만들었으니, 저승사자들처럼 사악한 행동을 하는 존재로 묘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감독은 “더피는 선한 영이기 때문에 혼문이 생겨도 사라지지 않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더피의 ‘댕청한’ 표정도 민화의 또다른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까치와 호랑이가 함께 등장하는 민화인 호작도 속에서 호랑이는 대체로 양반, 까치는 민중을 상징한다. 한국문화 속에서 민중은 유쾌하고 꾀가 있어 양반을 골탕 먹이는 존재로 자주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도 까치 서씨는 호랑이의 모자를 빼앗아 가지는데, 둘의 상징성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민중의 지혜에 매번 속아넘어가곤 하는 양반인 호랑이는 최대한 어리석고 해학적으로 보여야 한다. 눈이 데굴데굴 굴러갈 것만 같은 커다란 눈에, 바보스럽고 얼빠진 표정의 호랑이가 호작도에 등장하는 이유다. 더피의 캐릭터에는 이러한 민화의 특성이 그대로 담겼다.


163557_119334_4843.jpg
culturetop_613.jpg
왼쪽은 김홍도의 호랑이 그림, 오른쪽은 민화 속 호랑이의 모습


또한 더피의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짧은 것도 민화에서 나왔다. 김홍도의 호랑이 그림에서는 호랑이의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더 발달한 것으로 나온다. 그래야 균형이 맞고 자연스러우며 엄숙해 보인다. 하지만 민화에서, 특히 호작도에서 호랑이는 여러 시점을 합성하여 왜곡하여 그렸다. 의도적으로 호랑이의 위엄이 느껴지지 않도록 뒷다리를 더 작게 묘사하였다. 더피는 이러한 민화적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여, 호랑이의 몸집이라기보다는 마치 강아지의 모습에 더 가까워 보이는 측면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호작도 굿즈가 갑자기 인기라고 한다. 케데헌 속 더피와 서씨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 가장 큰 매력포인트일 터다. 사랑스러운 더피와 서씨의 굿즈를 갖고 싶어하는 건 케데헌을 아끼는 팬이라면 당연한 마음이지 않을까. 또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다. 케데헌을 통해 까치와 호랑이의 듀오를 처음 본 아이들이, 학교에서 미술 과목을 통해 호작도를 만나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해보는 것 말이다. 아마 “나 이거 알아!”라고 외치지 않을까? 케데헌은 오래된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만나면 어떠한 불꽃 튀는 창조물이 탄생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 영화였다. 앞으로 나올 또다른 ‘더피’들이 보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