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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아 Jun 10. 2023

아기를 재우다 나의 꿈이 잠들었다

엄마 '하는' 마음 (1) 

벌써 1시간 40분째, 아기가 잠들지 않고 있다. 30분까지는 안쓰러웠다. 아직 뒤집기, 되집기가 서툰 아이는 반대편으로 돌아눕기 위해 몸을 뒤집고, 엉덩이를 든 뒤, 다시 반대편으로 쓰러뜨려야 하는 연속 동작을 거쳐야 한다. 매 동작마다 아이에겐 도전이고, 도전은 잠을 도둑질하니, 아이는 매일 밤 100분 동안 예사로 뒤척인다. 

 안다. 아기는 잠들지 `않는' 게 아니라, 잠들지 `못할' 뿐이라는 것을. 그러나 아기의 잠이 곧 엄마의 쉼이자, 꿈인 이 고약한 상관관계는 자꾸만 잠 못 드는 아이를 흘겨보게 만든다. 아기가 꿈을 꿔야, 엄마는 꿈을 꿀 수 있다. (이 지독한 라임 중독..) 잠들려 애쓰는 아기 곁에서 `시체놀이'를 하며 나는 매일 밤 황홀한 꿈을 꾼다. `엄마됨'에 관한 책을 써보리라. 내가 경험한 출산, 육아, 모성에 대한 글을 집필하리라. 

 현실은 초라하다. 아기는 잠들지 않고, 내 꿈만 곤히 잠이 든다. 100분 동안 잠들지 못하는 아이 곁에 누워, 환희-단념-분노-죄책감으로 이어지는 다이내믹한 감정을 오르내리다가 이내 지쳐 내가 먼저 잠든다.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다시 글을 쓸 수 있기는 할까. 나는 언제쯤 다시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까...' 잠에서 깨어난 뒤 덮쳐오는 악몽. 

 `여자에겐 연간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너무 유명해져, 이제는 별 감흥도 일지 않던 버지니아 울프의 말. 그런데 최근 이 책을 다시 읽다가, 다른 문장에 마음이 훅 꺼져버렸다. 

 "이 강연의 중간에서 셰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다고 여러분에게 말했지요. (...) 그녀는 여러분 속에 그리고 내 속에, 오늘 밤 설거지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이곳에 오지 못한 많은 여성들 속에 살아 있습니다. (후략)"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셰익스피어의 재능을 가진 이가, 여성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가정 하에 써 내려간 연설문이다. 이 글에서 울프는 "아이들을 재우느라 강연장에 오지 못한" 여성을 호명한다. 눈부신 재능을 갖고도, 오직 아기의 눈을 감게 하기 위해 온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그녀.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빨래는 세탁·건조기가, 밥은 배달음식으로 해치울 수 있다고 해도, 아기 재우기는 아직 기계가 넘보지 못한 최후의 엄마(주양육자)의 영역이다. 아기도 낳지 않은 울프는 도대체 어떻게 아기 재우기의 그 소모적 고단함을 알았던 것일까.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다람·2022)는 육아와 창작을 병행하는 여성 작가 6인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이들 작가가 "쓰지 못한 몸"으로 "잠든" 까닭은 포개졌다. 육아는 너무나 고단하고 잠은 너무나 가까우며, 꿈은 너무나 아득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풍랑을 만난 뱃사공이 파도가 잦아지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기의 거친 숨소리가 잔잔해지길 간절히 기다린다. 그 기다림에 매번 숭고한 모성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들은 초조해하고, 분노한다. 아이가 깊은 잠에 들어 숨소리가 잦아들어야만, 창작의 기회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는 자신을 죽이지 않기"위해 그들은 쓰지 못한 채 잠이 든 몸을 기어코 일으킨다.  

 `재우기'에 대해 생각한다. 아무리 오은영 선생님을 능가하는 유능한 엄마여도 아기의 잠을 대신 자줄 수는 없다. 잠은 결국 아기가 오롯이 자신의 힘만으로 홀로 성취해야 하는 매일의 과제다. 아기를 재울 때마다 나는 매번 아기와 내가 완벽한 타인임을 재확인한다. 너는 너의 꿈을, 나는 나의 꿈을 꿀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만 한다. 그럼에도 매일 밤 최대한 소울풀한 목소리로(아기 귀는 생각보다 예민해서, 영혼 없는 자장가에는 눈도 감지 않는다^^) 공들여 자장가를 부르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불가능함을 알고도 끝없이 정성을 쏟는 일이 육아의 본질임으로. 

한국방송 드라마 <고백부부>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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