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나는 매일, 허리를 펴고 밤 10시에 자고 일기를 읽고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고 설거지를 미루지 않고 자주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 속 내 모습은 유난히 젊고 예뻐 보입니다. 아마 거울 속 자신과 비교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찍을 때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모습마저도 시간이 지나자 자랑하고 싶은 순간이 됩니다. 매일 인생에 가장 젊은 날을 지납니다. 그것으로 오늘을 기록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사람은 단순히 기억하기보단 단서를 통해 기억해내기를 더 잘하는 동물입니다. 기록되지 않은 과거는 기억의 무덤에 묻혀 다신 마주할 수 없습니다. 똑같은 일상 속 작은 이벤트들이 나를 지탱해왔습니다. 오늘, 나와 주변의 관계들이 소중한 만큼 사진기를 꺼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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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시간의 세례를 받으며 진가를 발휘합니다. 잊혀가는 날을 상기하고 나약한 기억을 보조합니다. 무심코 꺼낸 휴대폰 속엔 수정을 거듭한 성장이 있습니다. 직업과 직장이 변했고 가치관과 목표도 바뀌었습니다. 세월로 인해 손쉽게 뒤집힌 믿음을 볼때면 앞으로의 날들 역시 한 번의 평가로만 그치지 않을 것임을 직감합니다. 번복되는 삶 속 빈약한 기억은 오히려 자신을 미궁에 빠뜨리고 말 것입니다. 왜곡되지 않는 나만의 단서가 필요합니다. 내 모습을 남기는 행위는 오랜 개성과 존재를 굳건히 할 가장 간편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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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추억은 나무의 열매와 같습니다. 계절마다 열리는 열매처럼 과거의 감동은 다시금 영글어있습니다. 계속해서 추억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삶의 큰 축복입니다. 더 많은 열매들을 남기고 싶습니다. 사진의 나열은 나를 둘러싼 모든 사물과 사람의 성장을 마주하게 합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친구의 모습이나 즐겨 입었던 옷들의 변천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 마법 같은 변화는 너무 따뜻해서 혼자가 된 순간에도 결코 혼자가 아님을 안도하게 합니다. 사진 속 모든 것에 응원을 받습니다. 인생의 길이를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나열할 사진의 길이를 정하는 것은 의지로 가능합니다. 내일을 더 풍요롭게 할 짧은 수고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