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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 Nov 26. 2024

엄마랑 나랑 뭐야, 이게 뭐야?

엄마가 말씀하시기를, 내가 말하기를, 아이 귀에서 피나요

밥 묵자 15분 컷


나의 엄마는 집에 일주일에 3번 내 아이의 저녁을 챙겨주시는 명목으로 와주고 계시다. 아주 감사한 일이다.

고진감래가 여기에 적절한 표현일까?

"고진감래"는 한자로 "苦尽甘来"라고 씁니다. 이 표현은 "고통이 다하면 즐거움이 온다"는 의미로, 어려운 시기를 겪은 후에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희망을 나타냅니다.


오늘의 정치 소식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봤는지는 궁금하지 않으시고 유튜브로 접한 소식에 대한 엄마의 생각과 감정들을 주 욱 늘어놓으신다. 가끔은 15분 간의 저녁 식사 시간 동안에 화산이 폭발하는 것과 같은 그 뜨거운 마그마의 기운이 느껴진다.

평소에는 아주 우아하고 고급스러우신 우리 엄마는 그렇게 우리의 저녁 시간을 활활 용광로처럼 뜨겁게 화끈하게 달궈 놓는다.

사실 엄마의 딸은 정치에 관심이 그다지 없다. 그저 귀가 있어서 듣고 있을 뿐이다.

엄마가 밖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다른 사람이 들을까 봐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하며 권유드리는 정도다. 기준을 두고 생각을 하고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도……. (고진)


 저녁 먹는 15분은
지켜주면 안 될까요?



엄마가 차려주신 맛밥 먹으며 배를 단단히 채워본다. DJ엄마의 라디오가 켜진 듯한 저녁, 둥근 상에 둘러앉아 나랑 내 아이는 묵묵히 저녁을 먹는다. (감래) 앞으로도 엄마의 저녁 상차림을 꾸준히 애용할 생각이다. 하하하.




나는 내 아이에게 짧은 시간이지만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학교 생활은 별일 없는지, 준비물은 있는지, 숙제는 언제 할 건지 물어볼 것이 많이 있다. 귀에서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내 아이는 묵묵히 밥을 먹는다.


엄마,
나도 할 말 있는데…..


미안해. 엄마 이제 수업하러 가야 해.
하고 자리를 뜬다.



응, 알았어! 엄마 파이팅!


수업 후 아까 뭐 말하려고 했는지
물어보니


기억이 안 나—-


                   미안해, 은하수

                   사랑해, 은하수



나도 엄마한테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야기 듣고 싶은 걸까? 나에게도 다정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것일까?

엄마랑 나랑, 나랑 은하수랑 너무 진지한데 이런 상황이 지금 너무 웃긴 건 나만 그런 걸까?





엄마랑 차 타고 부웅~!

(내비게이션은 한 대면 충분해)


엄마랑 나랑 내 아이랑 내 차로 목적지까지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내 차로 이동하기로 해서 한 차로 가는 길이다. 운전은 보통 나의 엄마가 길을 잘 아셔서 하시는 편인데 오늘은 내가 운전대를 잡는다. 나는 왠지 엄마가 뒷좌석에 함께 차를 탈 때면 신경이 쓰인다. 왜일까?


항상 내비게이션을 의지하며 새로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한다. 길을 잘못 들어 빙빙 둘러가기도 하고 한 번에 잘 도착하기도 한다. 마음은 비우고 목적지에 도착하기만 하면 난 그걸로 만족이다. 일하러 가는 것, 약속시간에 늦지 않게 가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사회생활에 이상무!


오늘은 내비게이션이 두 대다. 주차장에서 주차출입구로 나가는 순간까지도 놓치지 않고 말하는 특별한 내비게이션이다. 내 차 안에 핸드폰 내비와 뒷좌석 회장님 자리에 내비가 한대 더 있다. 상상이 되시나요?

공감하신다면 댓글에 일화를 남겨주시면 깔깔깔 한번 더 웃을 수 있겠습니다. 히히힛.


엄마랑 나랑, 나랑 은하수랑 너무 진지한데 이런 상황이 지금 너무 웃긴 건 나만 그런 걸까?




은이의 브런치에 초대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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