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일지 018

우연의 필연

by 김어항 AHANC

길을 걷다 문득 마주친 얼굴이
사실은 오래전부터 내 삶으로 걸어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것을 우연이라 부르지만
돌이켜보면, 수많은 선택과 망설임과 기다림이
그 순간을 준비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한 권의 책을 우연히 집어 들었다고 말하지만
그날 그 시간, 그 서점, 그 책장을 선택한 건
내 안의 오랜 목마름이었을 것이다.

사람도, 말도, 사랑도 그렇다.
예고 없이 다가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조용히 예정되어 있던 필연이 숨어 있는 것이다.

우연이라는 이름은,
우리의 무심함이 붙여놓은 별명에 불과하다.

오늘 당신에게 일어난 작은 우연 하나가
언젠가 돌이켜보면
인생을 바꿔놓은 큰 필연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너무 조급해하지도 말자.

우연은 필연의 옷을 입고
언제나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