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일지 017

이해와 용서

by 김어항 AHANC

누군가를 용서하는 건 생각보다 쉽다.
그저 ‘이제 괜찮다’는 말을 내 마음에 쓸어 담으면 된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감정이 조금 식으면,
우린 어쩌면 의외로 쉽게 사람을 용서한다.

그런데 이해는 다르다.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걸어야 한다.
그날 그 사람이 본 풍경, 들은 말,
그 마음속에서 부는 바람까지 따라가야 한다.
나와 전혀 다른 세계를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해는 오래 걸린다.
때로는, 평생 걸려도 다 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흔히 “미안해”와 “괜찮아” 사이에
모든 게 풀린다고 믿지만,
사실 그 사이는
보이지 않는 거리로 채워져 있다.

그 거리를 줄이는 건 용서가 아니라 이해다.

우린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만큼 많은 오해와 다툼과 엇갈림을 겪는다.
그때마다 용서를 택하면 상처는 덮이지만,
이해를 택하면 상처는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