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일지 016

멈춰있는 시간 속에서

by 김어항 AHANC

오늘은 아무 사건도 없는 흔한 날이었지만
유독 맥이 빠지는 날이다.

회사에 있으면
가끔 시계가 고장 난 게 아닌가 싶다.

혼자면 30분이면 끝낼 일을
굳이 세 명이서,
굳이 3시간을 들여 한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내 인생의 기름이 조금씩 닳아가는 소리를 듣는다.

누군가의 게으름과,
누군가의 눈치 보기와,
누군가의 "원래 이렇게 해왔으니까"라는 말 사이에서
시간은 늘어지고
의욕은 사라진다.

나만 이런 걸까?
아니면 세상의 대부분의 회사가
이 느린 물살 속에서
모두를 담그고 있는 걸까?

공평하지 못한 것,
정해져 있지 않은 것,
누군가는 평생 바꾸려 들지 않는 구조.
그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나는 단순히 돈을 버는 기계 같아진다.

그렇다고
긴장감 없는 평화를 꿈꾸는 것도,
가슴 뛰는 일만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 시간과 마음이 헛되이 낭비되지 않는 곳,
의미가 흐르지 않는 강물 속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나는 알고 있다.
세상은 완벽하게 공평할 수 없다는 걸.
그래도,
적어도 내 하루는
조금 더 단단한 발자국을 남기며 흘렀으면 좋겠다.

멈춰 있는 시계 속에서
나는 오늘도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건 내가 바꿀 수 있는 삶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떠날 수 있는 시간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