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일지 029

어른이 된다는 건

by 김어항 AHANC

어른이 된다는 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오늘은 꼭 일찍 자야지” 다짐하는 거다.
점심엔 “퇴근하면 운동해야지” 생각하고,
퇴근길엔 “오늘만 쉬고 내일부터 하자”로 바뀐다.
그게 어른의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이다.
어릴 땐 혼나는 게 무서웠는데
지금은 ‘통장 잔액’이 혼을 낸다.
잔고가 줄 때마다
마음속에서 누군가 “넌 대체 뭘 한 거냐” 하고 속삭인다.
가끔은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도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제자리인 것 같고,
남들은 다 뭔가를 이룬 것 같은데
나만 아직 준비 중인 기분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그냥 “잘 버티는 사람”일 뿐이다.
잘 사는 사람, 멋진 사람, 다 그럴듯한 이름을 붙였지만
결국은 “오늘도 정신줄 놓지 않은 사람”이 어른이다.
그리고 웃긴 건,
그 와중에도 내일 점심 메뉴는 미리 걱정하고 있다는 거다.
인생의 대부분은 거창한 목표보다
“오늘 뭐 먹지?” 같은 사소한 고민으로 채워진다.
그래서 나는 결론을 냈다.
어른이 된다는 건,
거창한 꿈 대신 소소한 생존 감각으로 하루를 버티는 기술을 익히는 일.
그게 생각보다 꽤 위대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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