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들도 잘 모른다는 브런치에서~
처음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들었을 때,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출판한 선배님과 의학 분야에서 꾸준히 책을 내고 있는 가족에게 물어보아도 잘 모르는 곳이었다. 더구나 나는 조각글이나 SNS에 짧은 ‘ㄸ(똥)글’ 정도만 쓰던 사람이고, 의무적으로 작성했던 논문 몇 편을 제외하면 글을 제대로 써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물론 수십 년간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며 수많은 보고서를 만들어 왔지만, 그런 글쓰기가 브런치와 맞을지 확신이 없었다.
검색을 하다 보면 종종 브런치의 잘 정리된 글들이 눈에 띄었고,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이 움직여 나도 조금씩 글을 써서 정리해 보기로 했다. ‘저장’은 나를 위해 쌓아두는 느낌이라면, ‘발행’은 누군가에게 보여줄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조심스럽게 첫 글의 뚜껑을 열고 결국 ‘발행’ 버튼을 눌러버렸다. 맥락도 없고 연재할 생각도 없던 글이라, 그저 여기저기 흩어진 생각을 옮겨 담은 낙서 같았다. 마치 못난이 과일만 모아 담은 ‘싼 티 나는 과일 바구니’ 같았다고나 할까. 그래서 다시 하나씩 그릇을 정리해 담아보자 마음먹었고, 마침 눈에 들어온 ‘브런치 심사’ 항목을 보고 먼저 작가가 된 친구에게 조언을 들으며 글을 재정리하기 시작했다. ‘브런치 심사’ 결과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연재 기능이 열렸고, 저장해 두었던 글들을 순서대로 정리하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첫 연재인 〈삶과 죽음은 나뉘지 않는다〉 1편을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라이킷’을 받았다는 알림이 왔다. 누군가에게 글이 닿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라이킷’의 의미를 아직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알림은 나에게 조금 더 신중하게 글을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을 새기게 했다. 그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늘어갔다. 추운 겨울을 지나며 글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고, 욕심이 생겨 결국 세 개의 꼭지를 동시에 정리하고 있다. 속도는 조금 줄어들겠지만,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이어가고 있다.
내가 쓰기 시작한 세 가지 브런치,
1)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죽음_삶과 죽음은 나뉘지 않는다
죽음의 고비를 넘긴 뒤 새롭게 배우기 시작한 웰빙·웰다잉 공부. 혼자만 알고 지나칠 수 없다는 마음이 들어, 배운 것을 함께 나누고자 선택한 글이다.
2) 산자에게 묻는다_7년 만의 출정
33년 전 해외봉사단 활동을 했던 스리랑카 함반토타를 7년 만에 다시 방문하며 시작된 글. 청년 시절 만났던 어른들은 이미 하늘나라로 떠나셨고, 그 시절을 함께 기억할 수 있는 또래 친구들과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95세의 연세에도 옛 기억을 또렷이 꺼내어 주시던 친구 어머님의 모습은 눈시울을 자꾸 뜨겁게 만들었다.
3) 팔레스타인 삶과 일
고난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팔레스타인 청년들을 위한 취·창업 지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기록한 여정. 강대국들의 움직임 속에서 잊힐 뻔한 기억을 다시 꺼내 정리하기로 마음먹으며 시작한 글이다.
세 꼭지의 글을 정신없이 정리하며 ‘누가 이런 글을 라이킷 해줄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결국 한 묶음의 글은 오랜 흔적을 담아 같은 시대를 살아온 누군가와 잠시라도 나눌 수 있는 작은 여백이 되리라 믿는다.
기억을 더듬어 쌓아 둔 흔적을 모으느라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을 여유는 없지만, 머지않아 그럴 여유도 생기길 바라며 오늘도 부지런히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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