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궁금해(23년 9월 5일 화요일)
아이가 5살이던 해 250일 정도 미국 출장에 가 있었다. 아이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미국의 새벽시간 뿐이었다. 미국과 한국의 낮과 밤은 반대라는 말에 아이는 신기해했다. 출장지에서 아이와 화상통화를 할 때면 꼭 거기 몇시냐, 밤이냐 낮이냐를 물었다. 그렇다고 아이가 시간에 대한 개념을 아주 잘 아는 것도 아니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까지도 한달 전에 있었던 일을 어제 있었던 일로 설명을 하기도 했고, 1주일 전에 궁금했던 이야기를 조금 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아이의 스토리가 분명 한달 전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도 '어제'라는 시간을 사용할 때면 모르는 척 "어제 그 일이 일어났다고?" 다시 질문한다. 그러면 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짜증을 내기 시작하는데 그럴때는 무척이나 곤란하다. 시간 개념은 언제 잡히는 거지? 다른 또래 친구들을 보면 잘 설명하는 것 같은데 아이는 시제부터 표현하지 못해 쩔쩔맨다. 아이를 진정시키고 잘 들어보면 한달 전에 있었던 상황이다. "아~ 그건 한달 전에 일어난 일이지"라고 반복해서 말해주니 이제는 조금씩 개념이 잡혀가는듯도 하다.
아이가 가장 궁금한 건 '시간' 그러니까 시차였다.
처음 도착해서는 우리가 여행하고 있는 이곳은 몇 시 인데, 한국은 몇 시인지 실시간으로 물어보는 통에 좀 귀찮았지만 이내 엄마아빠도 여행지에서의 너그러움을 장착하며, 휴대폰에 나와 있는 현지 시간과 한국 시간을 비교해서 알려주곤 했다.
그 다음 아이가 궁금한 건, 바로 음식이었다.
인지 능력이 생긴이후에 처음하는 해외여행인데, 남편과 나는 아이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여행을 온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가는 곳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어떤 사람들이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사전 정보를 엄마아빠로부터 들어보지 않은 아이는 모든 게 궁금했을 것이다. 아이의 하루담기 대로 첫날은 공항과 연결되어있는 호텔이었다. 호텔 조식을 먹으며 팔딱팔딱 좋아하는 아이에게 (좋아하는 과자에 좋아하는 초콜렛을 듬뿍 발라먹는 게 식사라고 하니 좋을 수밖에), 이제 이렇게 맛있게 먹는 호텔식은 마지막이라고 협박아닌 협박을 했던 나를 떠올리니 또 한심하다.
여행을 다녀와서 정리와 기록을 하는 시간이 필요한 건 이런 반성을 통해 다음 여행에서는 현재를 즐기는 아이와 함께 하라는 교훈을 얻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