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을 지켜보는 일 (23년 9월 7일)
캠핑카를 독일에서 빌린 이유는 단 한가지, 다른 곳과 비교해서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루 1만원 수준의 차이라면 원래 여행하고자 하는 나라에서 렌트를 하면 되는데 하루 100유로의 가격차이가 있다. 우리의 여행이 원래 목적지였던 포루투갈이나 크로아티아가 아닌 '스위스'로 결정된 원인이기도 했다. 독일에서 빌린 캠핑카를 운전해서 무리하지 않고 갈 수 있는 나라는 스위스였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캠린이다. 제주도에 이주오기 1년 전 제주도에서 살 곳 선정을 위해 차에 어설픈 캠핑 장비를 싣고 캠핑장에서 3박을 했는데 의외로 잘 맞았다. 캠핑 장비발을 장착한 캠퍼들과는 차원이 다른 캠핑이었다. 10년도 훨씬 전에 산 3인용짜리 기본텐트와 탑푸라는 햇빛을 가리는 가리막, 캠핑 테이블과 캠핑의자가 전부였다. 재밌는 건 탑푸는 50명이 들어가서 햇볕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남편은 몇일전부터 동영상을 보며 탑푸를 혼자 치는 방법을 시뮬레이션했다. 내가 칠 탑푸가 아니라서 '좀 크네....'만 반복했다. 캠린이니까 다른 사람들의 장비와 비교하지 않고 우리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즐겼던 제주 캠핑이었다. 캠핑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해놓고 그 이후에는 캠핑장비는 구입하지 않았고 캠핑도 가지 않았다. 캠핑카 여행은 캠핑 고수들만이 가는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 우리는 왜 캠핑카 여행을 가려고 하는가?에 대해 처음으로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남편은 한번도 안해봐서 해보고 싶어서였고, 나도 동일한 이유였다. 유럽 캠핑카 여행이 어렵다는 다른사람이 느낀 걸 직접 경험해보지도 않고 여우가 신포도를 바라보듯이 판단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후회하더라도 해보자' 이 마음이 가장 큰 동력이었다.
3인가족에 딱 맞는 캠핑카를 빌리라고 남편에게 으름장을 부려놓고, 막판에는 그래도 좀 큰게 좋지 않을까? 해서 4인가족 캠핑카를 빌렸는데, 이를 본 순간 크기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과연 운전할 수 있을까?, 주차는 어떻게 하지? 도대체 연료는 얼마나 먹을까?' 하는 온갖 물음표들이 머리를 채웠다. 정말 한가지 다행인건, 수동만 빌려줄 수 있다고 했는데 자동기어 캠핑카를 빌릴 수 있었다. 캠핑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아저씨의 이야기를 하나도 빠뜨리고 싶지 않아서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따라다녔다. 연료는 어떻게 넣고, 프레온 가스는 어떻게 확인하고, 화장실 변기는 어떤 세제를 사용하여 어떻게 비우는 것까지 설명을 들었다. 물론 아저씨도 제2외국어였고 (영어), 나도 제2외국어(영어)이니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동영상으로 촬영을 하니 나중에 필요한 부분은 다시 돌려보면 될 터였다. 많이 알아듣지 못해서 괜히 남편에게 "다 알아듣고 있지? 무슨 말인지 알지?"라고 재확인했다. 남편도 물론 다 알아듣지는 못했겠지만 자동차 엔지니어이니 나보다는 잘 알겠지.. 하고 괜히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1시간이 넘는 시간을 따라다니며 설명듣고, 계약서 작성을 했다. 아이는 캠핑카만 픽업해서 바로 출발할 수 있는 줄 알았나보다. 생각보다 설명듣는 시간이 길어서 지루해했다.
드디어 캠핑카 타고 출발.
남편은 큰 차를 운전해야한다는 부담감,
나는 큰 차를 운전하는 남편 옆에서 계속 잔소리를 해야 하는 피로감
아이는 물놀이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동상이몽인 우리 3인, 무탈하게 커다란 캠핑카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