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상실
"축하드려요!"
곧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는 나도 미혼이니 결혼이 무엇인지 그냥 막연했다.
"귀티 나세요!"
기분 좋으리고 건넨 한 마디가 긴 사연을 듣게 될 방아쇄가 될 줄은 몰랐다.
동생과 둘이 지낸다 했다. 지내는 곳도 은사님이 빌려준 집이라면서 말이다. 이렇게 고민이 많은데 귀하게 자란 것 같다는 말을 들으니 고맙기도 하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했다.
DNA만 남겨준 아버지란 사람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고 얼마 뒤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셨다고 했다. 그래서 친척집을 옮겨 다니며 살았단다. 덤덤하게 말함을 보며 얼마나 많은 성처에 눈물마저 메말랐나 싶었다.
여기까지 듣는 것도 힘들었는데 다음 꺼내는 말은 충격 그 이상이었다.
DNA만 남긴 무책임한 자가 결혼식장에 나타나겠다 했단다. 어떻게 소식을 알게 되었는지 축의금을 가져가겠다고 말이다.
아버지란 호칭은 분명 그에 걸맞은 역할이란 것이 있다. 책임은 다하지도 않은 자가 무슨 염치로 결혼식에 등장해서 축의금을 가로채려 하는 것인지 내 상식으로는 그때도 이해가 안 갔다. 지금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입장에선 정말 인간도 아닌 것이지 싶다.
불리는 이름에는 그이 걸맞은 역할과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인데 어떤 이들은 호칭을 너무 가벼이 여기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