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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과감하게 끊어내도 괜찮다!

짐을 짊어질 이유는 없다

by Aheajigi

인연을 중요하다고들 한다. 모든 연이 중요할까는 분명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어울려 살아간다고들 하지만 그 관계에서 상처를 받는 일도 분명 발생한다. 남도 아닌 혈족에게서 받는 대미지는 오히려 더 깊고 아리다.


우리 집은 공식적으로는 97년 IMF로 무너져 내렸지만, 휘청이게 만든 것은 그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그 옛날 수천만 원씩 손해를 입게 만든 당사자는 아버지의 친형제들이었다. 그래도 아버지께 미안하다 했던 첫째 삼촌(?) 장례식은 갔지만, 둘째 삼촌(?) 장례식은 가지 않았다.

지금이면 수억도 넘을 그 돈을 그들과 그들의 후손은 단 한 번도 갚겠다 말하지 않았다.


이제는 명절 때도 만나지 않으니 난 그들의 후손들과도 철저하게 연을 끊었다. 내게 그들의 연락처가 없듯 그들도 아마 내 연락처를 알지 못할 것이다. 말도 섞지 않는 사이에 연락처 교환이 있을리 없다. 우연히 마주친다면 모를까 난 그들을 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마주처도 궂이 내가 먼저 아는 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 덕에 나와 내 동생은 대학시절을 바쁜 아르바이트로 채워야 했다. 빈번히 끼니를 걸렀고 교재는 복사해서 어렵게 준비했다.

이런 와중에 참 뻔뻔하게도 그들 중 내가 장례식에 참여하지 않은 이의 후손을 어학연수까지 보냈다 숙모(?)란 여자는 자랑질을 어머니께 해댔다. 분통을 터뜨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느 대학 출신인지는 친척들에게 말도 하지 못하면서 미국물 먹은 것으로 포장질이 필요했지 싶다.

한때 명절에 만나야 하는 차례에도 난 그들 집안과 말을 절대 섞지 않았다. 동생은 무늬만 친척(?)인 그들의 면상도 보기 싫어 아예 큰집에 가지를 않았다.


과연 내가 이런 부류들과 연을 이어가아 했을까?

그들은 나와 내 동생이 왜 이러는지 모를 것이다. 참 이상한 것들이라 뒷말들을 할지도 모르겠다. 행여나 뭔가를 기억했다면 그들은 '다 옛날이야기인데 아직까지 꽁하냐!' 여길 것이다.

본래 때린 놈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별일 아니었는데 쯤으로 여긴다. 옛말에 누군가의 죽을병보다 자기 손톱밑에 박힌 가시가 더 아프다 했다. 자신들이 같은 일을 당해야 정말 힘들다 여길 것이다.


내게 상처를 주는 인연이라면 끊어냄이 마땅하다. 아니 불편하게 만드는 사이라면 멀리 두기가 아닌 과감한 단절이 필요하다. 한번 사는 삶을 중요하지도 않은 이들에게 받는 상처로 가득 채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제 몫을 하며 살아야 한다. 내게 더부살이를 하겠다고 업히면 밀쳐내야 하고 상처를 주겠다 덤비면 끊어버림이 맞다. 혹시나 너무 나가서 응징하겠노라 덤빈다면 그 역시 인생 낭비다. 그 같은 일에 허비하는 에너지와 시간은 쓰레기만도 못하다.


연은 내가 허락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지 상대의 의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때문에 괴롭다면 그 연을 끊는 것에 주저하지 말기를!'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연이라면 환영할 일이지만 그런 인연은 정말 귀하고 드물다. 나이 50에 직계 가족 말고는 뚜렷한 연을 만들고 있지 못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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