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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이고 단순한 게 더 어렵다.

화려함의 한계

by Aheajigi

재료가 화려하면 어느 정도 있어 보이기는 한다. 전문 요리사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평범한 이들에게 음식의 경우 주재료만 보고도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라면 웬만해서 먹기 힘든 맛을 내기도 어렵다. 최고급 쇠고기를 갖고 굽기만 해도 맛있기 마련이다. 물론 똥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긴 하다.

육개장, 갈비탕, 해물탕은 인터넷 레시피만 갖고 맛있다 소리가 나올 만큼 만들기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고기나 해산물의 풍부한 향이 이를 가능케 한다.

바꿔 말하자면 요리하는 이의 실력보다 재료가 빛을 낸다. 이것이 화려한 식재료가 갖는 위력이자 부족한 요리실력을 상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내게 가장 난해했고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요리가 콩나물국 그리고 푸딩같이 부드러운 계란찜이었다. 들어가는 식재료가 너무 평범하기에 상당히 여러 번 망쳤다. 콩나물을 익힌다고 휘휘 저어서 비린내를 나게 했고 오버쿡을 하기도 여러 번이다. 소금과 새우젓의 차이도 여전히 어렵긴 하다. 단순한 식재료는 정말 요리 기본기가 맛을 좌우한다. 화려한 포장지를 벗겨내고 그 안의 내용물 가치가 제 모습을 드러내지 싶다.


요리를 사람으로 바꿔도 마찬가지지 싶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나 권력에 취한 이들은 그 민낯이 그다지 괜찮아 보이지는 않으니 말이다. 어쩌면 추한 실체를 감추고자 더 보여지는 것을 화려하게 꾸미는데 애를 쓰는지도 모르겠다. 가식의 끝판왕들.

포장하지 않아도 멋있고 매력 있는 사람이 있다. 이런 이들은 뭘 입어도 멋있고 일상적 대화에서도 호감이 간다.


화려함과 포장은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화려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지고 포장은 언젠가 뜯겨지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실체를 가꾸지 않고서는 절대 괜찮은 이가 될 리 없다.

요리도 사람도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근간이 중요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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