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때 슈퍼맨 영화를 보고 빨간 보자기를 어깨에 두르고 2층에서 뛰어내렸어요?"
"네?"
"아이가 엉뚱해서 신경 좀 써주세요."
"네."
상담 때 듣게 된 아이의 일화는 놀라움이었다. 그리고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니 무엇인가 있으면 매달리고 타고 올라가려는 습성이 있었다.
마블시리즈가 그때 성행했다면 아마 또 큰 이벤트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창문틀에 올라서선 안된다 다짐을 받았고 나무애 올라가려는 것은 수차례 말렸다. 다행스레 여름방학 무렵까지 이 아이의 팔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는 없었다.
여름 방학식을 앞둔 아침 교실에 들어서니 꽃다발이 TV거치대 위에 놓여 있었다. 꽃을 살펴봐도 보낸 이를 예측할 단서가 없다. 아이들도 출처를 모른다 한다. 그냥 그대로 두고 시간은 흘렀다. 안개꽃은 여름 무더위에 바싹 말라 꽃다발은 그대로 두었다. 겨울이 되었고 학년을 마무리하면서 교실 대청소를 했다. 사물함이나 책장을 꺼내 먼지를 샅샅이 치웠다.
"선생님 여기 봉투가 있는데요."
TV거치대 아래를 치우던 아이가 나를 불렀다. 봉투를 열어보니 5천 원 상품권 20장과 작은 메모지가 있었다. 메모를 읽고서 꽃다발의 출처가 슈퍼맨 아이의 엄마란 사실을 알았다. 상품권은 아이들 수업에 잘 써달라고 용도가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어쩌다 봉투가 거치대 밑으로 들어갔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난감했다. 보낸 날 이후부터 상품권이 사용되는지 아이에게 계속 물었을 테고 아이는 그런 일이 없다 했을 텐데. 이건 딱 내가 삼킨 것처럼 오해를 살 수밖에 없는 스토리다.
청소가 마무리되고 봉투를 집어 들어 반아이들에게 공개했다. 상품권 20장을 보이면서 누가 보냈는지 어떻게 써달라고 했는지까지 알려주었다. 거치대 밑에 떨어져 지금까지 몰랐다는 사실도 함께.
상품권은 한 장씩 골고루 나눠주었고 부족한 5장은 내가 자비로 구입해 아이들에게 건넸다.
'이 학부모가 나를 시험하나?' 생각했다.
작은 소동 이튿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봉투의 주인공이었다.
"제가 말씀을 드리고 보냈어야 했는데.... 호호호"
6개월간 날 얼마나 속으로 의심했을까 싶었다.
이듬해 이 학부모로부터 또 연락이 왔다.
"OO이 엄만데요."
올해는 아이 담임이 아니라 했더니 알고 있단다. 오며 가며 마주칠 때 신경 써주시면 고맙겠다 부탁을 해왔다. 이런 부탁은 처음이라 살짝 당황했지만, 지나가며 안부 묻는 게 큰일은 아니기에 알았다 했다.
'난 이 학부모의 봉투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