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갱년기

예민하다는 아이

by Aheajigi


무슨 이유에서인지 학생들의 성장이 예전보다 확연히 빨라졌다. 키나 체중 증가와 함께 2차 성장이 빠르게 나타났다. 초경을 4학년에 하는 아이들이 이제 희귀한 일은 아니었다.


"우리 아이가 사춘기가 왔는지 예민해서요."

"혹시 2차 성장 징후가 있나요?"

"네. 초경을 시작했어요."


학부모 상담주간에 아이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되었다. 학교에서 까칠한 때가 가끔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것이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호르몬 변화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아이를 조용히 불렀다.


"혹시 배가 아프면 미리 말해줄래?"

"배요?"

"똥배 말고, 다른 배."

"아. 그거요."


생리통이 시작되면 알려달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주고 받았다. 아이는 생리통이 아니더라도 까칠하게 굴었다. 참다참다 아이에게 말했다.

"너 갱년기 같아."

"ㅋㅋㅋㅋㅋ"

아이는 까르르 넘어간다. 갱년기는 아이의 엄마가 스스로에게 입버릇처럼 말한다고 했다.

"내가 엄마 만큼 늙었어요?"

"아무때나 까칠한거 봐선 너도 분명 갱년기야!"


그때부터 아이는 스스로를 갱년기라 말하고 다녔다. 이제부터 까칠해질 것이라는 경고의 의미인지 아니면 장난인지 웃으며 갱년기라 말하니 이 아이를 종잡을 수가 없었다.


급식소 앞에서는 가게 오픈 인형 처럼 팔을 휘저으며 춤을 추고 있기도 했다. 아이가 학교에서도 가정에서 처럼 계속 예민하면 어쩌나 걱정하는 학부모를 위해 춤추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SNS로 보내드렸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즐겁게 잘 지내고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반응은 의외였다.

"집에서는 저런 모습을 한번도 못봤는데 새롭네요."


학부모를 직접 대면한게 아니라 이 텍스트로 정확한 감정상태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단순한 놀라움 표시일 뿐이었다. 딸이 웃고 춤추면 입가에 미소를 머금기 마련인데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아이는 엄마랑 한몸이라 생각하니까 너무 편해서 집에서는 짜증을 부리는거죠. 학교는 온통 남이니 신경써야 하고요."

이 문자가 엄마의 기분을 달래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11살 갱년기 소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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