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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Mar 31. 2024

셀카?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어제는 바람으로 출발이 지연되었다. 멈춰있는 여객기 내에서 앉아만 있자니 답답했다. 주기적 병원 진료로 호흡기 질환에 걸리면 안 되기에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탓도 있다.


대각선 앞자리에 있던 사람은 기내에서도 참 많이 바빠 보인다. 얼굴 각도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고 핸드폰을 기로 세로로 돌려가며 셀카를 찍느라 열일이다. 사진으로 부족했는지 동영상을 찍고 지우고를 반복한다. 심심하지는 않겠네 싶긴 했다.


바닷가 커피숍에 가족과 앉았다. 창밖이 미세먼지로 흐릿해 선명한 하늘과 바다가 보이지 않아 살짝 아쉽기는 했으나 탁 트인 시야에 속은 시원했다. 창밖으로 한 명이 눈에 띈다. 몇 번을 왕복하며 셀카를 찍느라 부산스럽다. 혼자 찍다 보니 핸드폰을 고정하고 멀리서 뛰어오거나 걸어가기를 반복한다. 앉고 일어서고 위치도 바꾸고 바쁜 순간을 보낸다. 일행 없이 홀로 여행을 잘 즐기긴 한다.

'눈으로 바다를 볼 시간은 있을까?' 꼰대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생각을 전환한다.


 셀카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본다.

1. 어쩌면 자주 누리는 시간이 아니기이 이러는 것이다. 언제든 원할 때 또 부담 없이 온다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2. 이것은 나를 드러내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이다.

3. 지금 이 순간을 잊지 않으려는 나름의 노력이다. 저장할 수 있는 좋은 도구를 활용하는 것일 뿐이다.

4. 셀카 자체가 나름 즐기는 또 다른 문화다. 드러내거나 보여주기 위함은 아니다.

여러 측면으로 혼자만의 생각을 해본다.


행동은 생각에 기인한 결과물일 뿐이다. 분명 어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즐기면 그만일 뿐 무엇이 옳다 강요하는 태도는 오만이다. '나 잘났다'를 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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