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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Apr 21. 2024

삶의 비중을 옮기다.

총량의 법칙

누구나 열정에 총량은 있다.

누군가 일도 생활도 열의가 넘친다면 오버페이스일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수법 연구도 병행했다. 집으로 돌아오면 아들과 보내야 했기에 잠을 줄였다. 늦은 밤과 이른 새벽시간 연구에 몰두했다. 분명 일에 대한 비중이 높았다. 한 시간 아들과 놀아주면 체력의 한계로 꾸벅꾸벅 졸았으니 말이다. 잠을 줄인 것은 결국 병으로 돌아왔다. 35세 원인 불명 폐농양은 담당의사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치료받았던 6인실 폐질환 입원 환자의 평균 연령이 75세를 넘었으니 말이다.

코로나 시기에도 쌍방향 수업을 하며 등교하는 시기처럼 정확하게 시간표 데로 진행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줌으로 수업을 했고 이후에는 수업에 필요한 자료 제작으로 등교 때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냈다. 2년 가까운 강행은 결국 번아웃과 또 다른 질병으로 돌아왔다.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넘어 발생한 결과물이지 싶었다. 육체가 쓰러진 것이다.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고는 쌓여있던 것이 쏟아졌고 부여잡고 있던 신념이 무너졌다. 무기력에 빠져버린 것이다. 정신마저 쓰러졌다.


번아웃과 무기력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백혈구 중 하나인 호산구의 높은 수치(정상의 3배)로 인한 면역치료는 1년을 넘어가고 있다. 지금도 난 몸도 마음도 온전한 상태가 아니다.


살기 위해 전력투구하던 일은 슬그머니 놓았다. 비실비실한 에너지는 가족과 나를 향해 쓰고 있다. 삶에서 차지하는 일의 비중을 대폭 낮췄다.


몸을 먼저 추슬러야 마음이 세워질지 아니면 그 반대일지 여전히 모르겠다. 양쪽 모두 의지만으로 해결할 상황은 아니다. 쓰러지기까지 오래 걸렸듯 다시 세우는 것은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임만 알고 있다.


너무 오랜 기간 삶의 에너지를 지나치기 일에 할애했다. 조급함에 급하게 몰아서 허비했다. 살아가는 에너지에 총량이 있었음은 바닥이 보인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일은 삶의 전부가 아니며 노력이나 성실함 만큼 적당히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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