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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Apr 21. 2024

감추면 곪는다

잘못 배웠다.

참는 것이 미덕인 줄 알았다. 약점은 가리고 강점은 드러내 돼 잘난 체는 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누가 그리 살라 시킨 것은 분명 아니다. 부모님의 삶에서 그리고 자라온 환경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 눈으로 보고 몸으로 익힌 탓이다.


잘하는 것은 알렸으나 상처는 철저하게 감췄다. 지금이야 글로 이렇게 풀어내지만 이건 얼마 되지 않은 방법이다. 여전히 말로는 누군가에게 약점을 드러내지 못한다. 몸도 마음도 한번 내리막으로 향하면 끝을 모른다. 적게는 몇 주에서 반년까지도 홀로 헤롱 거린다. 술은 입에도 대지 못하면서 말이다.


아는 이들 중 한 명은 속내를 너무 잘 드러낸다. 마시지 않는 술자리여서였을까 난 그의 상처를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그땐 아픔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고 경험이 일천해서 일수도 있고 어찌 되었던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해했다. 내가 상처의 당사자가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삶의 엄청난 굴곡을 참 잘도 이겨내는 심지 강한 사람이라 여겼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말로 풀어내는 상처들이 본인만의 치유법이었음을 알았다.

여전히 그는 만만치 않은 삶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잘 지내 보인다. 참 현명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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