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은 두고 가렴

그리는 마음을 놓고 가는 아이들

by Aheajigi

완성작이 제대로 나오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몸과 눈으로 봄을 느꼈으면 싶어 수채화도구를 들고 과감하게 운동장으로 나갑니다. 미술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이것저것 그려보겠다고 의욕들은 앞세우지만, 스케치부터 마음대로 되지 않나봅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자리만 줄기차게 옮기는 아이들이 여기저기 불쑥불쑥 움직입니다.

"한곳에서 진득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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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말해보지만, 말한다고 들을 아이들은 아님을 압니다. 내 목소리는 허공만 맴돌다 사라집니다.

그림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욕심 때문입니다. 커져버린 욕심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초라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모두를 화가 만들겠다고 미술 수업시간이 있는 것은 아닌데...

‘그림 그리는 과정의 즐거움’, ‘완성된 그림을 보는 즐거움’ 그런 것은 없습니다. 예술도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작은 소재일 뿐인데 아이들은 국영수처럼 그림까지도 완벽하게 표현하려 안간힘을 씁니다.

마음속 기대치와 드로잉한 스케치의 차이가 커지면 그림은 싫어지기 마련입니다. 스케치북을 한장 넘긴다 해서 그림이 더 완벽해지지도 않습니다. 몇장 그리다 지우다를 반복하다 결국 아예 그림 자체가 싫어지게 됩니다.

그림을 싫게 만드는 미술수업은 아이들의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미술 작품을 보며 제목과 작가를 외우고 가격(?)에 관심을 기울이는 어른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완성 못한 그림은 집에서 그려요?"

두시간을 애썼는데 마음처럼 안되나 봅니다.

"아니 그냥 두고 가렴~"

다음 시간에는 바스키아 그림을 보여주면서 조금 더 욕심을 내려 놓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만,

"얘들아! 선생님이 이제 안그려도 된데!"

당황스럽게도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듯 합니다. 아이들은 아예 미술에서 손을 놓고 싶은 모양입니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필요하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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