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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Jun 28. 2024

인과관계가 이해 도구가 아닌가?

편협한 식견

세상 모든 일에는 원인에 이은 결과가 뒤따라 온다 믿었다. 그래서 일어난 결과에 어떤 이유가 있을지를 추측했다.

등교 후 한 시간을 저렇게 바닥에 앉아있다. 물론 교실까지 들어오는 것조차도 누군가에 의해 타의적으로 행해진다. 가방을 놓고 의자에 앉는 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몇 번 잔소리를 하지만 못 들은 척을 한다. 관심을 두면 오히려 버티기에 두서너번 의자에 앉을 것을 권해보고 내버려 둔다. 저러다 의자에 앉기도 하고 바닥에 눕기도 한다.


등교하자마자 저러고 있는 것에 원인이 있을까 싶다. 상호작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니 대화나 설명 자체가 의미 없다.

학교밖 탈출도 감행한 적이 있어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요즘 유일한 관심거리이자 미스터리 한 녀석이다.


인지 및 정서 검사 필요성을 요구했고 결과는 아직 알지 못한다. 검사한 센터 쪽에서는 구두로 개략적 통보는 이뤄진 듯하나 공식적으로 내가 아는 바는 없다. 3개월 넘게 지켜봐 온 촉이 있기에 얼추 판단은 하고 있다.


또래 수준의 학습은 거의 불가능할 듯 보이며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도 단절 상태다. 어찌 되었건 살아가는 재미는 느꼈으면 싶어 다양한 운동장 게임활동을 해보지만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이 녀석을 위해 시도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참여 의사가 없으니 난감하다. 상담 과정에서 그래도 이런 게임 시간이 즐겁다 하니 아이러니하다. 참여보다는 주변을 맴돌면서 힐끗힐끗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을 하는 모양이다.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녀석의 행동에 커다란 벽을 느낀다. 20년 넘는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이런 캐릭터는 처음이다. 내게 이 녀석을 이해할 안목이나 변화시킬 학문적 경험적 도구 또한 없다. 난감한 아이이다.

교실에서 종종 사라지니 아이 찾기에 정신이 없다. 어서 빨리 방학이 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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