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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Jun 20. 2024

숨바꼭질

시작이 어려울 뿐이다


순간순간 사라지는 녀석이 있다. 수업시간 쉬는 시간 가리지 않는다.

처음 사라질 때 알았다. 갈수록 일이 커질 것을 말이다.


모든지 시작이 어렵다. 한 번이 두 번이 되는 것은 이전보다 수월하다. 점점 빈도와 강도가 더해갈 것이 뻔하다. 이 녀석은 그런 패턴을 정확하게 따르고 있다.


갑자기 사라지는 녀석에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녀석 말고도 수업시간에 정신줄을 놓고 나 몰라라 하는 아이들은 많지만 잠깐 잔소리를 할 뿐 여력이 없다. 내 주의력이 분산되니 수업은 겉돈다. 밀도가 옅어지고 있음을 알지만 도리가 없다.


아침 등교부터 이 녀석이 교실에 있는지 확인하고 매 수업시간마다 존재 여부를 체크한다. 내가 택한 업이니 받아들이고는 있으나 수업의 질은 최저로 향한다. 공개수업 날도 수많은 학부모들이 보고있는 가운데 이 녀석은 책상 아래 웅크리고 있거나 바닥에 누워 있었다. 의자에 앉으라 몇 번이고 권해보지만 못 들은 척을 하니 달리 방안이 없었다.


수업시간에 어딘가 헤매는 이 녀석을 찾으면 묘한 미소를 짓는다. 아마도 이제 이 행위 자체를 놀이로 즐기는 모양이다. 따끔하게 혼을 내면 된다 생각들을 하겠지만 지금은 그리할 수 없는 시대다. 이 녀석은 지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평범한 아이들과 상당한 괴리가 있기에 더더욱 그럴 수가 없다.

 교실 바닥에 앉은 것을 보고는 참다못해 다른 아이가 번쩍 안아서 의자에 앉힐 때도 똑같은 표정을 보였다. 이 녀석은 기분이 좋아지는 포인트가 참 색다르다.


겪어보지 못한 아이를 대하고 있다 보니 난감하다. 올 한 해는 이 녀석과 숨바꼭질하다가 끝나지 싶다. 이 녀석 덕에 일일 만보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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