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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Jun 17. 2024

자주 운동장으로 나가는 이유

이럴 수밖에

이런 스타일은 처음 접한다. 방책도 대책도 없다. 교사로서가 아닌 인간대 인간으로 봐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계속 전해 듣는 소식은 더 침울하다.


이 녀석은 아침 등교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며칠 전에는 실내화를 갈아 신고 노랗게 칠해진 바닥 블록에 꽂혔다. 발구르기를 하고 점프를 하며 블록 밟기를 한다. 누구와 같이 하거나 맥락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일을 할지 다음 스텝을 예상할 수 없는 아이다. 가방을 살살 밀어가며 교실로 데려갔다.


복지담당자로부터 전해 들으니 가정 폭력으로 이혼한 집이란다. 남자 어른에 대한 적개심이 분명 있을 터라 가급적 잔소리는 안 해보려 다.


날은 예전과 달리 교실 바닥에 웅크려 있거나 눕지는 않았다. 딱풀을 책상에 잔뜩 발라서 슬라임이나 거미줄처럼 만드는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수업시간에 앉아서 책을 펴는 것까지가 이 녀석에게 바라는 목표였는데 그조차도 접었다. 검사결과 장애 등록과 함께 특수학급에 보내야 한다는 수치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통합교과나 창체시간 몸으로 움직이는 활동과 게임을 운동장에서 많이 한다. 아이들 전반적으로 놀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녀석이 함께 어울릴 때 잠깐이지만 웃는다. 실외는 더 크게 말해야 하기에 부실한 내 목에 무리가 간다. 피해야 하는 일을 자처해서 운동장으로 향하는 이유는 온전히 이 녀석 때문이다.


간단한 달팽이 게임조차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특수학급 아이와 이 녀석을 맨 처음 달팽이 게임에서 출발시키는 이유이다. 조금이라도 룰이 복잡해지고 변수가 늘어나면 참여를 기피한다. 혼자만의 세계에 빠진다. 언젠가는 딱풀을 만지다 갑자기 돌고래처럼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시선은 자신의 손끝 딱풀을 향해있다. 뭔가 마음처럼 안 되는 모양이다. 맥락 없이 울기에 달랠길도 없었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웃는 일을 만들어주고픈 작은 바람에 운동장으로 향한다. 이 녀석 삶은 어찌 이리도 매운맛만 가득할까!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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