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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Jun 13. 2024

가이드라인

선을 지키는 것도 학습


학생들이 글쓰기를 기피하는 이유를 책이나 이론에서는 종합적 사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 했다. 과연 학생들이 그와 같은 고차원적 인지작용 때문에 쓰지 않으려 할까?


사고력은 기본적으로 밑천이 있어야 한다. 폭넓고 깊은 배경지식이 있을 때나 고차원적 사고가 작동하는 것이다. 학생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인지가 작동할 만큼의 토대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뭘 자꾸 쓰라는데 아는 게 없으니 시작도 못하는 것이다. 왜 안 쓰고 있는지 물어보면 될 일을 책과 논문은 참 깊고 난해하게 쓰려 애를 쓴 모습이다.

여행이나 캠핑 경험을 떠올리며 글을 써보라 말하면 간단히 알았을 일이다. 해본 적이 없기에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경험을 살린 글을 쓰는 차시였다. 물놀이를 떠올렸고 종이컵을 준비했다. 에어컨을 틀고 있기에 흠뻑 젖으면 건강상 문제가 생긴다. 홀딱 젖는 것에 민감한 녀석들도 있다. 그래서 명확한 규칙을 정했다. 어길 시에는 곧바로 놀이 활동에서 제외시키겠다는 약속도 했다. 컵에 있는 물을 손에 적셔서 튕기는 것만 가능하다 했다. 강력한 볕에 어지러움을 호소한 한 녀석만 빼고 모두 즐겁게 놀았다. 그 누구도 기분 나쁘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없었다. 무던한 활동을 끝으로 동시를 써보라 했더니 산만하게 떠들거나 가만히 멍때리기를 하는 녀석들은 없었다. 물론 글의 퀄리티가 엄청나게 향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쓰는 활동에 있어 참여율은 대폭 향상된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선을 정해주고 또 지킨 탓에 난장판이 될 법한 수업이 즐겁고 효과적으로 끝났다. 글을 쓰는 적극성뿐만 아니라 선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한 학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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