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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Jun 06. 2024

1년 아빠?

친숙해지려 한다.


몇 해 전부터 해마다 꼬맹이들 중에서 날 아빠라 부르는 녀석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아빠"

"아니, 선생님"

"아빠~"

"난 딸이 없다."

"저요. 딸"

"누구신지?"

"흥"


왜 교사인 나를 아빠로 칭하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가벼운 장난치고는 쉽게 나올 수 없는 호칭이기에 처음에는 불편했다. 이젠 그냥 내버려 둔다. 1년이 지나 다음 학년으로 올려 보내면 수그러듬을 안다. 무엇보다 내가 하지 말란다고 들을 녀석들이 아니다.


"쌤이 우리 아빠였으면 좋겠다."

"그건 너만 좋은 일이잖아."

"이렇게 이쁘고 귀여운데"

"어디가 이쁘고 어디가 귀여운데? 안 보여!"

"쌤은 내가 싫어요?"

"많이 무겁거든!"

쉬는 시간이면 팔에 대롱대롱 매달린 녀석과 나눈 대화였다.


아빠란 호칭이 결핍에서 비롯된 것인지 친숙함의 아이들식 표현인지 잘 모르겠다.

교사의 영역이 아닌 혈족의 영역으로 날 끌어들이는 이 녀석들의 속내를 알길이 없다.  아빠란 호칭에 담긴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못한다.

다만 충분하게 양질의 케어를 받는 녀석들로부터는 좀처럼 듣기 힘든 호칭임을 알기에 매정하게 밀어내지 않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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