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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Jul 12. 2024

나의 오판

어리다고 되는 것은 아니었다.

머리가 커진 초등 고학년들은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생각을 행동으로 실행한다. 바람직한 일들은 번거롭고 귀찮고 선을 넘는 행실은 속이 후련하니 이런 판단과 실행은 대부분 사건 사고로 이어진다.


그래서 초등 고학년은 교사들에게 기피 대상이다. 폭력, 가출, 성 문제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하고 깊다 보니 골머리를 섞는다.

그렇다고 1학년 꼬맹이들이 수월한 것도 아니다. 큰 사건은 없지만 소소한 분란이 끊이지 않는다.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 3 & 4학년을 난 선호 한다. 너도나도 중학년을 한다 해서 올해는 2학년으로 내려오는 선택을 했다. 2학년 꼬맹이들이 터트려봐야 작은 틱탁거림만 있을 줄 알았다. 금품 갈취가 있을 줄은 몰랐다. 내 말은 가뿐히 무시하고 수업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서 교실 이곳저곳을 마음껏 활개치고 다닌다. 제지할 수단이 없기에 수업 분위기는 위태롭다.


큰 아이들은 머리가 커서 변화가 어렵기에 이 작은 꼬맹이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오판했다. 크기만 다를 뿐 이들도 엄연한 인간인 것을 간과했다. 인간이 작은 인간을 무시한 값을 난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다.


학교는 그 어느 곳도 만만치 않다. 뭔가를 행할 수 있는 능력도 역량 있다고 믿었지만 그건 학생들과 쿵짝이 맞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이젠 하루하루 버텨나감에 만족한다. 내가 학생들을 상대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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