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교과서 제작 업체 공고에 말린 것부터 실수다. 차시별 학습지 5만 원, 차시별 문제 9만 원.
도합 150만 원 남짓의 일이라 했다.
그 외 구체적 사안은 아무것도 없었다.
초반 의뢰받은 서식을 업로드하니 코멘트랍시고 달린다. 다시 하란 의미였다. 그리고 또 올리니 업체 직원이 한 개는 이건 학습지가 아니란다. 다른 직원은 A, A-1, A-2 형태의 유사 문제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란다.
한 번에 끝날 줄 알았던 일들이 두 번, 세 번 반복된다. 20년 넘게 학생을 가르치고 있고 지도안 및 연구대회 수상 경력이 있는 내가 겨우 검정교과서 출판사 직원에게 이런 소리를 한 차례도 아니고 수차례 듣자니 스트레스가 올라갔다. 명확한 가이드 없이 시작하다가 결과물을 받고 계속 추가사안을 요구하는 꼴이었다.
결국 고심하다 이러다간 열이 받아서 병이 날 듯싶은 판단에 그만둔다 메시지를 보냈다. 문항당 6천 원짜리 만들겠다고 몇 시간을 고민하고 있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주말, 평일 새벽까지 이게 참 비효율적 일에 나도 모르게 빠져 있었던 것이다.
이 직원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과욕을 부렸다며 진심도 없는 위로성 멘트를 립서비스처럼 날려왔다.
내년 검정교과서 채택을 앞둔 자료였기에 나 역시 다시는 당신들 출판사나 교과서 마주하지 않게 노력해 보겠노라 답신을 보냈다. 교과서 채택 시 나 또한 이 출판사 것은 강하게 반대할 것이란 의미였다.
그리고 하루 뒤 한 차시 분량 학습지 비용 오만 원을 보내겠다며 관련 자료를 달란다. 사실 내게 이미 제출한 양은 절반 분량인 75만 원 상당이었다.
당신들 이렇게 온라인으로 마주하는 게 더 불쾌하니 어떤 식으로든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것으로 이 업체와 연을 끊었다.
교사를 자신들 하청업체쯤으로 여기는 작태에 화가 났다. 지난번 연구 용역도 계약서를 읽고 거절한 이유는 계약서상 갑질이 다분히 녹아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업체는 교사를 그만두고 일하는 이가 하나 있긴 하다. 미루어 짐작건대 분명 이자가 이런 짓거리를 주도하지 싶었다. 교사 싫다고 내빼놓고서는 어디서 교육 전문가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지 기가 찼다. 몇 번의 일들은 이 자의 오만방자함으로 제낀터라 이번 일 뒤에도 분명 이자가 있지 싶은 예측이다.
뻔히 한심한 놈팽이 같은 자가 있음을 알고 미끼를 덥석 물어버렸으니 분명한 내 실수다. 해당 사이트 탈퇴까지 연결될 고리는 모두 차단했다. 내 던지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