솎아야 할 것을 섞고 있다.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다.
중학생인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남녀공학이다. 등교만 같이할 뿐 합반은 아니라 마주칠 일은 별로 없었다.
뜬금없는 설문 조사를 갑자기 한단다. 남녀 합반 여부에 대한 질문이란다. 밑도 끝도 없이 갑작스레 말이다.
아들 말로는 수업을 훼방 놓거나 교사의 지시를 가뿐히 무시하는 놈들로 수업이 엉망이란다. 남녀 합반은 이런 남학생들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참 예민한 시기 이성을 의식하기에 조금이나마 순화가 될지 모른다는 기대에서 시행 여부를 검토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의구심이 든다. 혼자만의 착각일 수 있으나 개연성을 알 수 없는 난데없는 설문조사에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섞는다고 근본적 문제가 해결이 될까 싶다."
교육은 이미 이런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왔다. 학교 폭력으로 강제 전출 처분을 받으면 해당 학생은 타학교로 전학을 간다. 문제는 그런 학생을 받아야 하는 학교의 학생과 교사는 날벼락을 맞게 된다는 사실이다.
"솎아야 할 일을 또 다른 곳에 섞이도록 만드는 게 무슨 해결책인가!"
자유를 넘은 방탕이 해당 학생으로 끝나지 않는다. 질병이 전염되듯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솎아야 할 것을 섞는 것은 개선보다 개악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도 중요하나 다수의 일반 학생 또한 그에 못지않게 소중하다. 전염병이 걸린 환자가 중하다 하여 일반 환자와 섞지는 않는다. 별도의 시설과 특별한 치료가 뒤따른다.
일탈이 일상인 학생 또한 이런 질병해결과 같은 맥락에서 다뤄야 할 일이다.
솎지 못함은 그 일을 처이할 이들의 자기 안주가 가장 크다. 책임은 지지 않고 권리만 누리겠다는 몰염치다.
정도는 버리고 변죽만 울리니 교육은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다. 누군가는 칼을 잡고 피를 봐야 할 일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