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 사냥하는 갑오징어 촉수마냥 줄기가 길게 뻗어 나와 있다. 얼마나 급했으면 잎사귀도 몇 개 달리지 않은 채로 말이다. 이 기이한 모습은 나무가 원한게 아니다. 인간의 성급함과 욕망이 부른 결과이다.
상수리나무 밑동을 도끼날 등으로 찍는다. 그러면 도토리가 많이 열린단다. 다람쥐 식량이자 번식을 위한 씨앗까지 털어먹는 인간이야 좋을런지 모르겠다. 나무는 도끼날 충격으로 생존의 위협을 느낀 나머지 최대한 많이 번식을 시키기 위해 몸부림을 친 결과가 풍성한 도토리 열매였던 것이다.
저 괴기스런 단풍나무는 잎을 풍성하게 만들고자 했던 지난 봄날 전지작업의 결과다. 잎을 풍성하게 만들려면 충분한 볕과 양분이 필요한 사안이건만 장기간에 걸친 노력은 등한시하고 생존위협을 가하는 방법을 취한 것이다.
이런 인간의 성향이 식물에만 국한될 리 없다. 인간은 과도한 욕심에 의해 인간 또한 저런 방식으로 대한다.
하루 만에 배송된다 좋아하는 그 택배 시스템은 일하는 노동자를 과로사시키고 있음에도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정말 미미하다. 나의 욕구나 편리함은 타인의 생명보다 중시하는 게 역겹지만 인간본성이다.
누군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우린 너무도 가벼이 여기거나 외면하고 있다. 잘려나가는 팔다리에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나무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한다 하여 방관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