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은 일들은 나에 의해서도 일어나고 타인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갑작스런 사건들이 과정적으로나 결과적으로 긍정적 귀결이 된다면야 환영할 일이겠지만, 실상은 이와 반대인 경우가 많다.
좋은 일들이라면 변수라 말하지도 않는다. 행운 내지는 서프라이즈한 이벤트라 말한다. 변수는 삶을 굴곡지게 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우상향이 아닌 우하양으로 내리꽂기 마련이다.
급작스레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발생하니 대처 또한 어설플 수밖에 없다. 겪어봤거나 대처법을 안다면 변수라 칭하지도 않는다. 날벼락같은 일이기에 사실상 어떤 대비도 수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이가 50 언저리에 이르렀으면 겪어오고 경험한 일들도 이전 나이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다. 조금은 더 현명해질 법도 하거늘 변수가 생기면 늘 허둥지둥이다. 몸이 반응하기도 전에 마음이 요동친다. 불안과 초조함이 나를 집어삼키니 생각이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된 데이터를 훑어보지만 적절한 묘수는 떠오르지 않는다. 몸이 움직이기는 하나 이건 무의식적 자동반사에 가깝다. 해서 헤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찌어찌 사태는 종결되더라도 마음이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니 말이다.
이제는 변수가 발생할 기미만 보여도 마음이 요동친다. 어려 대응 방안을 고심하느라 잠을 설치기 일쑤다. 막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헛된 에너지를 허비함을 자각하지만 나도 나를 제어하지 멋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꼴을 직접 실행하며 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살아온 흔적들이 완전하게 아물지 못한 것인지 태생적으로 불안함을 강하게 갖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삶의 생채기가 깊은 흉터가 되어 있음은 확실하다. 살아가는 순간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전전긍긍하며 지난날의 상처들을 들추고만 있으니 머릿속만 뒤숭숭하다.
오늘을 향유하고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삶이면 좋으련만 아무 일 없이 오늘이 흘러가기만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