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재미없다 한다. 혹은 삶이 따분하다 한다.
삶에서 재미란? 재미를 어떤 시선에서 바라보기에 이러할까?
하루하루가 버거운 이들이 듣기에 이런 논조는 배부른 소리로 보일 듯하다. 내 보기에 이는 뭔가를 단단히 착각한 듯싶다.
재미와 유희를 혼용하면 삶은 지루해진다. 매번 흥미만을 자극할 그 무엇인가가 있기를 바라다니 참 위험한 발상이다.
아무리 단 음식도 첫 입맛의 강렬함 뒤에 밋밋함이 뒤따른다. 횟수가 반복될수록 마비된 미각으로 인해 느끼는 단맛의 강렬함은 확연히 줄어든다. 유희 또한 다르지 않다. 환희를 느끼는 것은 그 자극을 받았을 때 단 한 번이다. 두 번째는 결코 첫 번째와 같을 수가 없다.
삶에서 유희를 재미로 오인한다면 만족이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우리네 삶은 뼈가 시리도록 긴 시간 일이란 것을 하고 짧은 시간을 향유한다. 생계란 것을 이어가기 위해 참아내고 견딘다. 어찌 보면 고단함의 반복을 습관처럼 받아들여야 하는데 짜릿한 기쁨을 쫓기란 평범한 이들에게 불가능에 가깝다.
삶의 재미는 찌릿찌릿한 아드레날린 분비가 아니다. 평온한 일상이 무탈하게 지나가는 것이다. 가까운 이들과
소중한 이들과
하루를 함께 보내는 것이다.
따분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별일이 없다는 반증이다. 변고가 생기고 삶이란 시간에 급격한 굴곡이 생기면 시간이 어찌 흘러가는지 자각하지 못한다. 눈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기도 바쁘다. 그러다 잠깐 역경에 친숙해질 무렵 아련이 무탈했던 지난날을 무척 그리워한다.
따분함? 그것이 인생 재미의 다른 모습이다.
드라마틱한 화려한 삶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인생이 유희로 가득하길 바란다면 헛된 꿈이다. 그 누구의 삶도 유희로 가득 차지 아니했음을 잊지 말아야지 싶다.
아버지의 쇠골 골절 수술이 불과 한 달 전이었다. 오늘 와이프의 담낭 제거 수술 가능성이 등장했다. 며칠 이어진 아내의 힘겨운 복통의 원인이 담석 때문이라니 불행 중 다행이라 마음을 다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