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오늘과 내일을 생각합니다 이 글을 주위분들께 공유 부탁드립니다
그 해 여름의 추억은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따뜻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강렬했던 그날의 기억은 모두 '오랜 추억'으로 탈바꿈했다. 그 사이 어느덧 22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다
2002년 월드컵은 여전히 어제 일과 같게 느껴지나, 눈 깜짝할 사이에 강산이 두 번 바뀌고 우리들 머리색은 희어졌다. 누군가는 그 사이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었다. 마치 얼마 전 내렸던 117년 만의 폭설처럼 예전엔 보이지 않던 흰머리가 강산이 변하는 속도에 맞춰 빠르게 자라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나지막이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마음 한편에는 그날의 뜨거운 감정이 살아있다 마치 필름이 영사되는 것처럼 내 눈앞에 파노라마와 같은 그림이 마음만 먹으면 선명하게 펼쳐질 수 있다 눈을 지긋히 감는 것만으로도, 일렁이는 붉은 물결을 확인할 수 있다 눈을 감은 상태로 태극기 문양이 새겨진 빨간 티셔츠 입은 청년들이 눈에 아른 거림을 느낄 수 있다
그랬다. 그날 우리의 청춘은 정말이지 붉게 온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다 한마디로 우리는 살아있음을 각지에서 만끽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을 외치며!
어떻게 가능했을까? 도대체 그 무엇이 있었을까? IMF를 통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들은 대부분 낙심 가운데 있었다 더 이상 '기적'이 일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중진국으로 내려갈 일만 남은 것은 아닌가 걱정하던 이들도 다수 있었다
그러나, 2002년 그날 우리는 우리 안에서 새 희망, 보이지 않던 강력한 힘을 발견했다
모두가 함께 힘을 합친다면, 어디까지 시너지가 날 수 있는지 우리 국민 모두는 그 끝을 보았다
"대~한 민국! 짜자작 짝짝"
땅을 울리는 거대한 함성 소리에 담긴 국민의 힘
그렇게 질서 정연하고, 신사적이며 뜨거울 수 없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수정과 같이 깨끗한 물이 흐르는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었다
힘이 있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세계 언론 곳곳에서는 대한민국에 대해 비로소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우리 국민성에 대해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IMF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스러져 가던 국가를 살려냈던 사람들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
전 세계 200여 개국 중 영토 순위 107위에 지나지 않는 작은 국가의 시민으로서 겉으로 보이는 외면에 집중한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내면의 힘을 바탕으로 행동했기 때문이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광장에 모이고,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 힘을 받아, 굴곡진 면이 없는 동그란 축구공은 매번 시너지를 받아 매 경기 골대를 뒤 흔들었고 우리를 마침내 세계 4강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필요한 시간에 맞춰
모두가 자기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사 이래로 이만큼 뜨거웠던 열기는 아직까지 전해진 바가 없었다
온 국민은 다 같이 환호했다.
마치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트렸던 것처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4강 신화"라는 말이 실제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 현실 가운데는 23명의 선수들과 그는 이끄는 명장 히딩크가 있었다.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책임을 다했기 때문에 가능한 기반이 마련되었고, 그 위대한 성과를 만들어 내기까지 광장으로 뛰어나와 모두를 응원하느라 밤낮없이 힘을 보태주는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 마디로 모두가 함께 이룬 쾌거였다. 그 일로 온 세상 붉은 물결은 다시 한번 사회 전반을 변혁시켰다. 감춰져 있던 자신감이 국민들에게서만 국한해 모습을 드러낸 게 아니었다. 그 에너지는 국내 기업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열정이 솟구쳐 올라왔다. 잠자고 있던 혁신은 다시 한번 태동했다.
그렇게 K- 한국은 그 웅장한 모습을 세계 속에 찬란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준비된 K- 컬처는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신조어들이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었다. K 팝, K 푸드, K 드라마, K 영화, K 시민까지 문화적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었다. 실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K 푸드가 전 세계 시장을 두드리는 한가운데 나는 초코파이 부재료를 책임지는 구매팀 담당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이전 2002년 월드컵을 통과한 초코파이는 붉은 물결 속에서 빨간색 옷으로 새 단장을 했다. 지금의 붉은색 패키지가 탄생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빨간색 초코파이는 바로 그 무렵 새 옷으로 갈아입게 된 것이다. 초코파이 역사 역시 인간사와 함께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초코파이에 담긴 情(정)을 전해주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었지만, 제대로 된 선택이었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붉은 힘의 물결에 잘 편승한 덕분이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4강 신화를 각자의 삶 속에서 이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