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키운다

느려도 괜찮아, 실망해도 괜찮아, 서툴러도 괜찮아

by 아헤브

2024년 신년 벽두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해둔 것처럼 딱 맞춰 첫날부터 몸져누웠다 시름시름 앓았으면 지금쯤 흐릿한 기억으로 남았을 텐데 정말 호되게 제대로 아팠다


온몸을 짓누르는 극심한 고통에 어쩔 줄 몰라 홀로 신음소리를 냈다. 내 몸 구석구석은 사시나무 떨듯 몸서리치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40도에 이르는 열감 속에서 내리 사흘을 천장만 응시한 채 멍하니 누워 있었다.


그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언제 끝날 줄 모르겠는 오한 발열, 호환마마 보다 무서워 보이는 이 녀석들과 맞서 싸우는데 계속 지고 있는 이 상황이 싫었다 조바심이 계속 일어 마음속 나를 모질게 괴롭혔다


마음 한 구석 짙게 드리워진 이 먹구름이 그 기세를 점점 더할수록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하는 자괴감에 처절한 몸부림은 최대한 힘을 내 지독한 공포 속에서 빠져나가려 안간힘을 쓰고 또 썼다. 그러나 힘이 부족하여 마음속 터널을 채 빠져나오지 못한 그 생각은 그 무게를 두배로 더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오 마이 갓


신년 또다시 계획 수정이 필요한 순간이 왔음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올 스톱 풀 리커버리..


마음이 좋지 않았다 몸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비난의 화살이 내 가슴 정중앙에 사정없이 꽂혔고 그 고통은 온몸에 금세 전이 되어 진절머리 나게 아팠다 작년 4개월가량 하루 15시간씩 일한 그 후유증이 너무 오래가는 거 아닌가? 그때 그 선택은 프로젝트를 잘 끝내기 위한 나만의 고육지책이었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부족한 실력을 누구에게 탓하랴 좀 더 스마트했다면 어쩌면 조금 더 일찍 끝냈을 수도 있었으리라. 애꿎은 남 탓은 하지 않는다




자기 계발에 유독 관심이 많은 나는, 늘 책을 끼고 산다. 침대 옆에 보통 다섯 권씩은 두고 잔다. 한 번에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베개로 쓸 건 더더욱 아닌데 곁에 두면 이상할 만큼 마음이 편해진다. 시선의 끝이 계속 책 표지에 머물러 있는 걸 자각할 때마다 나는 나이 들어 도서관 관장하면 참 행복하게 여생을 보내겠구나 싶다


It's okay not to be okay


얼마 전 마주친 문장 하나가 유독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남은 여생 끝까지 함께 갈 것 같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 말이 유독 반가운 요즘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종종 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구글 수석 디자이너 김은주 씨가 여느 강연에서 하신 말씀을 대신 전한다.



나의 모든 것이 실력이다.

인사 잘하는 것도 실력이고, 따뜻하게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실력이고, 밥 잘 먹는 것도 실력이란다.

듣고 보니 그 말이 정말 맞다. 사람은 성과로 표현되는 실력뿐만 아니라, 그 성과를 담는 그릇, 즉 인성도 실력인 것이다. 잘하는 게 중요하지 열심히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게 아냐! 라 주장하는 세상 속에서 나는 힘찬 반기를 든다.
그렇지 않다. 흔히 말해 잘난 사람들만 모인 곳에는 갈등과 논쟁만이 가득할 뿐이다.
사람은 서로 기대어 서 있는 존재로, 사람을 뜻하는 한자도 그렇게 그려지지 않았겠는가?

작년 절반은 일에 치여 지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60권 독서를 했다. 경제, 경영, 심리, 종교, 교육 책을 두루 읽었다 그 와 중에 헬스도 꾸준히 다니고 아들과 여행도 다니고, 브런치도 시작했다. 이사도 왔고 남녀노소 외국인까지 많은 사람들과 따뜻한 교제권을 형성했다.


값진 삶에 감사할 뿐이고, 욕심부리지 말고 가진 것에 감사하려고 애쓰고 있다. 매일 감사했던 다섯 가지 제목을 일기장에 쓰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고, 중단했던 플랜 다이어리 쓰기도 다시 시작했다. 그 와 중에 사람의 에너지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벌써 올해 두 번 크게 아파 열 홀을 꼼짝달싹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프니까 노래도 못 듣겠고, 먹는 것도 어렵고, 그 모든 게 정지된 채 진공 상태로 공중을 떠도는 것만 같았다 지나간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또 내일 그대로 재현되지 않을까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했다


봄을 알리는 3월이 드디어 찾아왔다 빨간 공휴일, 내 앞에는 노트북과 독서대, 책, 펜 한 움큼이 자리하고 있다. 그간 많이 아프면서 좋아하는 글쓰기는 엄두도 못 내고 우선순위 제일 뒤로 미뤄 버린 것이 아쉬워 오랜만에 글을 쓰기로 했다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보았다


평소 시행착오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시행을 했기 때문에 착오의 경험이 쌓이는 게 아니겠는가 믿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시행착오를 밥 먹듯이 반복한다. 그러나 꽤 안정감이 있는 마음 상태로 오래 시행과 착오를 반복해서 겪다 보니 착오가 오더라도 그렇게 많이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다만 몸으로는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다시 깨닫게 되어 그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시켜야 할까 방법을 찾고 있다


첫 번째는 운동, 두 번째는 식사, 세 번째는 수면, 네 번째는 좋은 생활 습관을 갖으려 노력 중이다. 다른 많은 분들이 추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상을 살아감으로써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려 한다.




인생은 아무도 대신 살아 줄 수 없다. 아무리 AI가 발전하고 우리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결국 내 인생의 주재자는 여전히 나로 남을 것이다.


내가 나를 키운다. 아파도 보고, 낙심도 해보고, 다시 일어나서 의욕을 새롭게 다지면서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는 나란 존재는 결국 내가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해야 할 몫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키지 않고, 오늘 하루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유산을 적극적으로 남기려고 노력한다면 어느덧 진일보한 나 자신과 내일은 기쁘게 만날 수 있다. 최근 비슷한 괴로움 속에서 오늘 하루를 살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이 말을 꼭 기억하시라고 전해 드리고 싶다


It's okay not to be okay.


조금 지나면 오게 될 내일도 지금의 연장선일 뿐이니 지금 여기(here and now) 오늘을 잘 살면 내일도 잘 살게 될 수밖에 없다는 간단하지만 명료한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시 시작하시지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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