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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 Dec 22. 2015

사랑의 색깔

삼원색에 빗댄 사랑 유형 분석

내가 보는 나는 어떤 색깔을 지니고 있는가. 타인이 보는 나는 어떤 색깔인가. 나는 어떤 색깔의 사랑을 지향하고 있는가. 가볍게 또는 깊게 생각해보기 좋다.


Lee(1977, Sternberg & Barne, 1988)의 사랑의 색깔 이론을 소개한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사랑에 관한 수십만 개의 항목들을 분석하여 개발한 '사랑이야기 카드 분류법'(Love Story Card Sort)이다. 그는 사랑을 색깔로 비유했는데, 마치 무지개가 빨강, 노랑, 파랑 빛의 삼원색이 혼합되어 나타나 사랑에도 세 가지 기본색이 있다고 제안했다.  


1. 에로스(Eros; 첫 눈에 반한 사랑)
2. 루두스(Ludus; 놀이나 게임 같은 사랑)
3. 스토르게(Storage; 열기도 어리석음도 없는, 우정과 같은 사랑)


그 외의 다른 유형들은 세 가지 기본 색들의 혼합을 통해 파생되는 것이다.  그중에서 이차색은 다음과 같다.


4. 마니아(Mania; 중독적 사랑, 에로스+루두스)
5. 프래그마(Pragma; 실용적 사랑, 스토르게+루두스)
6. 아가페(Agape; 자기희생의 사랑, 에로스+스토르게)


사실 Lee는 사랑 그 자체를 정의하게 보다는 사랑의 '다른 색깔들'을 구별하는데 관심을 기울였다. 따라서 이 이론의 초점은 서로를 '똑같이' 사랑하는 두 사람이 아니라, '사랑의 색깔'이 서로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다. 따라서 색깔이 어떻게 하면 보다 잘 어울릴까를 배우듯이, 우리는 사랑의 양식들이 잘 배합되도록 배울 수 있다.


아래에 나와 있는 설명들은 각각의 유형에 해당되는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 준다.(Lee의 연구에서 특정한 유형에 해당되는 사람들 중 최소한 75%가 보이는 특징이다.) 물론 사람들은 단 한 가지 사랑의 유형에 제약되지 않으며, 특정한 사랑의 유형도 개인사나 역사에 따라 결코 똑같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 에로스(Eros; 첫눈에 반한 사랑)


에로스적 사랑을 하는 전형적인 유형은 자신의 어린 시절이 행복했었다고 생각하고(객관적인 사실은 아니며, 중요한 것은 태도이다), 일을 즐기며, 아주 절실하게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을 위하여 위험을 감수할 준비도 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신체 유형에 가장 잘 끌리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유형에 가까워 보이는 사람을 보면 (사진에서조차) 첫눈에 반해 크게 흥분을 느낀다. 이들은 사랑하는 대상을 빨리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단점과 드러나지 않은 결함을 잘 알고 있고, 빈번한 언어 접촉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자신의 기쁨을 표현하려 현다.

이들은 대개 배타적인 관계를 원하지만, 소유하려 하지 않으며 경쟁자의 존재에 대해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에로스적 사랑을 하는 이들은 이상적인 연인을 만나서 함께 사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 루두스(Ludus; 놀이나 게임 같은 사랑)


전형적인 루두스식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이 그저 평범했었다고 생각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종종 좌절을 겪는다. 이들은 사랑을 위해 기꺼이 헌신할 생각이 없으며, '아직 정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즉 정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특정한 신체 유형에 매력을 느끼지도 않기에 언제든지 다른 대상을 찾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새로운 짝을 만나는 경우에도, 이들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도 않고 확실하게 사랑에 빠지는 일도 없다.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를 꺼리는데, 자신의 계획에 사랑하는 사람을 포함시킬 것인지 아닌지를 문제 삼기 때문이다.

루두스식 사랑을 하는 이들은 상대방이 '너무 몰입하는 것'을 피하려고 파트너를 너무 자주 보는 것을 꺼려하며, 파트너가 질투가 많은 것도 사랑의 재미를 망친다고 싫어한다. 그들은 여러 명의 파트너들을 똑같이 그리고 동시에 사랑하는데서 아무런 모순도 느끼지 않는다. 이들에게서 성은 헌신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니라 재미를 위함이며, 사랑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아니다.



3. 스토르게(Storage; 열기도 어리석음도 없는, 우정과 같은 사랑)


전형적인 스토르게식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식구가 많고 격려해주는 가족 안에서 자랐거나, 안정되고 우호적인 공동체 안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친구를 좋아하며, 삶에 만족해한다. 그들은 많은 시간과 활동을 공유하는 특별한 우정이 바로 사랑이라고 기대한다. 특별히 좋아하는 신체 유형은 없고, 애인이 없다는 것에  전전긍긍해하지도 않고 '시간이 흐르면' 만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파트너와의 관계가 무르익음에 따라 서로가 더 강하게 감정 표현을 해야 한다는 위협이 있지 않는 한, 서로를 평온한 방법으로 소유한다.

이들에게는 배우자와 성관계를 갖기 전에 먼저 친구로서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일단 서로 간에 깊은 우정이 아주 확실해지면 성과 관련된 문제가 '밖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 상호 간의 사랑은 그 자체가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우정과 가정이라는 보다 큰 목표의 한 측면이다.



4. 마니아(Mania; 중독적 사랑, 에로스+루두스)


전형적인 마니아식 사랑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어린 시절이 불행했다고 생각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대개는 외로워하며, 종종 자신의 일에 만족해하지 못한다. 이들은 '사랑할' 필요를 강하게 느끼면서도 사랑은 힘겹고 고통스럽다는 생각에 사랑하기를 두려워한다. 어떤 유형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으며, 때로는 잘 어울리지 않는 특성을 가진 사람을 찾아다닌다. 그들은 자신들이 좋아하지도 않고 사랑이 실패한다면 친구로서의 관계를 유지하지 않을 그런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에 스스로 놀라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파트너를 매일 만나 보려 하며, 서로가 함께 할 미래를 상상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가 약속 시간에 늦거나 약속을 연기하면 쉽게 화를 낸다.

마니아식 사랑을 하는 이는 종종 분별을 잃은  것처럼 보이며, 그들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극단적인 일을 자행하기도 한다. 사랑을 표현하는 거소가 (대개는 성공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통제하기 위해' 움츠려 드는 것이 번갈아 나타난다. 이들은 극도의 질투심을 보여 주며, 상대방에게 더 많은 애정과 헌신을 요구한다. 또한 파트너와의 성관계에서 만족하지도 않고 평온을 얻지도 못하나, 스스로는 관계를 끊지 못해서 항상  상대측에서 관계를 끝내게 된다. 마니아식 사랑을 하는 사람이 이런 것들을 극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5. 프래그마(Pragma; 실용적 사랑, 스토르게+루두스)


프래그마식 사랑을 하는 전형적인 유형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과 현재의 삶에서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노력을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삶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울리는 상대를 만나는 것이 이들에게는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이들은 가까운 사무실이나 클럽 또는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공동체 내애서 자기 짝을 찾으며,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상대를 찾고 싶어 한다. 상대를 제대로 알기 전까지는, 헌신이나 미래 같은 말에 대해서는 얘기하기를 꺼려한다. 일반적으로 과도한 감정의 표출, 특히 질투심 같은 것을 경시하면서도, 상호 간에 점점 더 헌신적으로 되거나 서로를 배려해 주는 표시에 대해 아주 만족해한다.

이들은 성적으로 궁합이 맞는지가 중요하다고 보지만, 이는 필요하면 개선될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어울리는 짝을 만나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해 바람직한 것이지만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는 그 어떤 상대도 자신의 상식을 희생할 만큼 가치가 있지는 않다.



6. 아가페(Agape; 자기희생의 사랑, 에로스+스토르게)


이 유형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이 행복했었든 아니든 '그것으로부터 배운다'. 이들은 '자신과 타협해 왔으며', 자신의 사랑이 상호적이든 아니든 사랑의 행위는 성숙하고 완성된 삶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특별히 좋아하는 유형은 없지만, 혐오스러울 정도로 추한 것은 (어느 정도 죄책감을 가지고) 피하려 한다. 이들은 사랑이 타인의 필요에 응해야 하는 의무라고 생각한다. 서로  주고받는 것을 좋아하지만, 질투하거나 소유하려 하지 않으며,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다른 어떤 이가 더 잘 충족시켜 준다면 기꺼이 물러난다. 따라서 이 유형은 상대방에게 사랑이나 헌신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성적인 친밀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더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가장 주된 목적이자 의미이며, 사랑의 실천이 특정한 대상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기의 자기탐색>>, 동인, 김도환, 정태연, 제 3장 가깝고도 먼 남성과 여성 中 159쪽


브레게 스타일의 인물들의 색깔을 찾아보았다.

신재이는 단연 스토르게. 고동희는 사랑과 관계에서 배움을 추구하고 일단 사랑을 결심하면 헌신과 신실을 다하는 점에서 아가페에 가깝다.

박승기는 마니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에 불만스럽고 여러 사람에게 사랑한다 고백하면서도 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가장 집중하며 역시 자신을 가장 연민한다.

김지수는 루두스적 색깔을 갖고 있다. 무엇이 어쨌든 사랑을 놀이로 생각하고 흘러가는 쾌감, 새로운 흥분거리로 여긴다. 작품 상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신재영은 프래그마의 색을 지녔다. 루두스와 스토르게가 어우러진 성향이 지수와 오래갈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내가 지향하는 바는 아가페적 사랑이지만, 먼데서 스스로를 바라보면 스토르게적 우정같은 사랑을 하고 있다. 뭐, 충분히 넘치도록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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