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되지 않은 채로도 살아지고 있다.

당장 내 삶의 기본값은?

by 모희원

몰입하는 법을
점점 잊어가는 것 같다.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다
집에 뭐가 필요한지 잠시 생각한다.


시선을 내리니
굴러다니는 남편의 털이 눈에 들어온다.


글 대신

미뤄둔 자격증 기출문제를 떠올리고,
시간을 아끼겠다며
고기부터 간장에 재운다.


허리가 아프다.
그래도 아까 운동을 했으니
조금은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남편에게 전화가 온다.
점심 메뉴를 묻는다.


삼시 세 끼를 차려
같이 먹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고,
절약도 되니까.


가끔 남편이 밖에서 밥을 먹는 날이면
내 시간이 늘어난 것 같아
조금 편해진다.


전업주부는 되지 않겠다던
과거의 내가 떠오른다.


지금은
남편과 아이의 일상에 맞춰
내가 있어야 집안의 규칙이 유지된다.


아직은
존중받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나는 ‘있는 사람’이 아니라
‘늘 거기 있는 역할’이 되지 않을까.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나에게

현실로 돌아오라 다그치며,


또 몰입하지 못한 채
하루를 끝낸다.


이 모든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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