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비판
"어서 오세요.. 왔어? 오늘은 뭘 사러 오셨을까"
동네 약국의 약사와 나는 서로 통성명은 하지 않았지만 친근한 인사를 했다.
"글쎄요."
멋쩍게 인사를 한 후 아이에게 지친 시선이 향한다.
주말마다 약국에 출석하게 된 이유는 마트 과자보다 약국 비타민 사탕이나 영양젤리가 아이에게 나을 것 같아서였다.
그때, '딸랑-' 소리가 들린 후 긴 생머리의 여자 고등학생 두 명이 들어왔다.
깔깔거리며 구경도 하고, 약국이 아지트인 마냥 물을 마시던 고등학생 두 명이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침을 뱉고 나갔다.
침은 끈적했고, 붉은 색이 섞여 있었다.
이상한 건, 약국 안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약사도, 손님도, 나도 잠시 서로의 눈치만 봤다.
기시감이 들었지만 동시에 뭔가가 끓어올랐다.
아이에게 잠깐 기다리라 말한 후, 발 빠르게 문을 열고 나가 멀리 걸어가는 고등학생 두 명을 불러 세웠다.
"저기요. 장난하세요? 침 뱉고 간 거 CCTV에 다 찍혔어요. 돌아가서 더러운 거 닦고 약사님께 사과하세요."
"큽..킥킥 아 웃겨."
그 두 명은 제대로 된 대꾸는커녕, 날 훑어가며 웃었다.
기어코 나는 이 둘은 약국으로 다시 모셔왔고, 드디어 옳은 일이 거의 끝나간다고 생각했다.
"킥킥..아줌마, 내일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요. 고소할 거니까. 야,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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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황당한 소린가? 고등학생이 약국에 들어와 난장판을 피운 것도 이상한데, 뱉은 침 닦으라니까 반성은커녕 날 고소 한다고 말한다. 저것이 입인가. 실제로 고소는 가능한 건가?
"해라. 나도 맞고소할게." 다름 당당하게 맞받아 쳤지만, 속으로는 저 황당무계한 인간들은 뭘까?라는 의문의 연속이었다.
이어서 그 둘은 건방진 발걸음으로 약국을 나섰고, 바로 앞에 검은색 에쿠스 차량 세대가 멈췄다.
보디가드 같은 사람들이 내려 무뢰한들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이해하는 데에 3초도 걸리지 않았다.
'뭐야 저 부자들... X 됐다..'
.
.
.
"쪽, 쪽쪽.. 쪽.... 엄마, 그만 자."
7시 20분.
막장 드라마 같은 꿈에서, 아들의 뽀뽀로 빠져나왔다.
벌써 며칠 째 막장스럽고 선명한 꿈을 꾼다.
꿈은 원래 눈 뜨면 기억나지 않는 게 정상 아닌가?
직감적으로 요새 꾸는 꿈들이 나의 심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꿈속에서 정의를 실현하려던 나의 모습은 끝났고, 이제 현실 푸닥거리 시작이다.
기지개를 켜니 아들이 안경 과 머리끈을 가져다준다.
다정한 아들 같아 보이겠지만, 이제 그만 자고 빨리 나와서 놀아주면서 밥도 달라는 뜻이다.
가스레인지에 불을 올려 전날 준비한 재료와 음식을 데우고, 동시에 간단히 침구정리와 바닥을 쓴다.
바로 미지근한 소금물로 30초 가글, 이어서 아들과 장난감으로 역할 놀이를 잠시 한다.
데워진 음식을 확인 후, 재빠르게 두 개의 텀블러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타며 남편을 깨운다.
아니, 매일 깨우는 게 지겨워 이제 조금 큰 4살 아들에게 지시를 한다.
"아빠 밥 먹으라 해."
"아 빠! 밥 먹어!!!!"
짧은 시간에,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해 시간을 아낀 것 같다.
그래서 기분이 좋냐 묻는다면, 이건 단지 작은 미션이다.
타이머를 켜고,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일을 끝내는 나만의 게임.
하루에 세 번, 반드시 성공해야 ‘시간’이라는 보상이 주어진다.
다만 이 미션에는 병가도, 연차도 없다.
내게 문제가 생겨 아침 미션을 성공하지 못한다면,
상은 나가리, 기묘한 비판을 받게 된다.
이것 또한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비판.
예를 들어 어머니와 남편이 영상통화를 할 때, 아침 먹었냐는 질문에
"빵 먹었어요"라 답하면 "밥을 먹어야지 빵을 먹냐."라는 뻔한 답이 돌아온다.
이것이 바로 그 누구도 악의가 없다지만 나만 상처받는 기묘한 비판.
사소하지만 나만 긁힐 수 있고,
표현하게 되면 오늘 하루는 예민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는 기묘한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