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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현 Apr 17. 2022

전교생 한명, 두평짜리 학교

아부지와의 홈스쿨링 이야기

2011년 3월.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분주했을 그 어느 날,

나는 그다지 새롭지 않은 우리 아부지와 함께 그의 두 평짜리 사무실에 앉았다.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보았다.

그 계획은 간단했다.


"8월에 시험 보자."

-그래!


매년 4월과 8월에 열리는 중졸 검정고시 일정을 본 아부지가 말했다.

별안간 학교로 쓰이게 될 줄은 몰랐던 우리 가게 뒤편의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근데 혹시.. 올해 8월..?


혹시는 역시가 되었다.

중학교에서라면 적어도 하루에 꼬박 8시간을 3년간 공부할 텐데,

5개월 뒤인 8월에 보자고?

그것도 아부지의 제안대로라면 놀러 다니면서?


우리 아부지가 왕년에 한 똑똑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딸도 그런 머리를 가졌을 거라고 착각하는 걸까?


5개월이라는 시간이 무척 짧게 느껴졌다.

호기롭게 그래!라고 답한 그 아이는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덜컥 겁이 났다.

합격이라는 베스트 시나리오와 불합격이라는 워스트 시나리오 둘 다를 생각해야 했다.


지금에야 홈스쿨링이라고 말하지만, 그땐 생소한 개념이었다.

아부지가 나에게 어떤 리더가 되어줄지는 아무도 몰랐다.

보이지 않는 주변의 걱정과 기대를 짊어지고 검정고시의 길에 오른 우리였다.

불합격이 그리 대수일까?

불합격은 나에게 대수였다.




“근데 아현아, 중졸 검정고시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어려운 시험이 아니야.”


잔뜩 겁먹은 내게 아부지는 다행인 소식을 들고 왔다.

더 다행이었던 건, 100점이 아닌 평균 60점만 넘으면 된다는 것.

한 마디로 '얕고 넓게' 공부하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는 사실로 그는 나를 달래주었다.


그 뒤, 고민은 이내 다짐으로 바뀌었다.

그래, 못 할 거 뭐 있겠어?

이왕 시작한 거 한번 제대로 해 보자.


남들이 가 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되었다는 특별함.

'책상'보다는 '세상'에서 우리 아부지와 공부한다는 설렘.

공부를 하면서도 기타 치고 드럼 치고 DSLR로 사진을 맘껏 찍으러 다닐 수 있다는 신남.

‘특별함’ ‘설렘’ ‘신남’이 내 ‘걱정’의 자리를 대신해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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