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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Aug 26. 2024

인간이 어떻게 갓생을 산다는 건지


나는 궁금해졌다. 인간이 어떻게 갓생을 산다는 건지. 인간은 인간일 뿐인데.


오픈사전에서 갓생은 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으로 명시되어 있다.


갓생이 타의 모범이 될만한 삶인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사람들이 갈망하는 삶이라는 것은 알겠다. 한 번 사는 인생 제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야 누가 없겠는가. 심지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조차 본심은 진짜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이렇게' 살기 싫은 마음이라는데.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그 의지가, 갓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더욱 극적으로 발현된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힘찬 발걸음과 반짝이는 눈동자는 지극히 매력적이다. 혼탁한 아노미 속에서도 갓생을 사는 이들의 삶은 더욱 돋보이는 것 같다.


아마도 갓생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내 삶을 내 마음대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주체성의 회복이다. 내가 탄 배의 사공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만, 암초에 걸려 있거나 풍랑을 만나서 뒤집어졌거나 어떤 이유로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 있다면 당연히 느낄 갈망이다. 심지어는 멈춰 서서 잔잔한 풍경을 느낄 수도 없는, 그야말로 이도저도 못하는 상태라면 더더욱.


GOD, 신은 전지전능한 존재니까.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내 인생이지만 갓생은 마음먹은 대로 탁탁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갓생을 살고 있는 자의 부지런한 열정에 탄복하며 내 인생을 몰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신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 신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가끔 신의 '터치'를 받아 마음이 180도 변화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도 열린 틈 사이로 부어지는 것이지 굳게 닫힌 그릇에는 한 방울도 담기지 않는 법이다.


그러므로 나는 인간이 스스로에게 틈을 주지 않고 갓생을 살라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열심히 해야만 가치 있는 인생이라고 여긴다면 열심이 빠진 일상은 김 빠진 탄산수쯤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높다. 그저 조용히 반복될 뿐인 나의 일상을 끌어안지 못한다면 그것이 모여 이루게 될 나의 인생을 사랑할 수 없다.


나는 갓생을 이렇게 정의하겠다. 평소보다 조금 더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내는 일상이라고. 인생 아니고 일상이다. 인생 전체를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작은 바늘과 큰 바늘이 각자 정확한 지점에 도달해야만 정각을 알리는 소리가 울리듯, 우리에겐 초점을 맞추기까지의 과정이 필요하다. 바늘 하나는 현실이고, 다른 하나는 이상을 가리킨다. 현실을 정확히 보고 추구하는 이상이 분명할 때 우리 인생에는 댕- 하는 울림이 있다. 그 울림을 간직한 채 살아내는 일상은 갓생이 될 수 있다. 단,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각자의 시간은 다르다.


누구나 '갓생'을 살 수는 있다. 갓생을 얼마나 지속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인생에서 한 구간이라도 그렇게 살아본 적 있는 사람은 다음 구간에도 비슷한 힘을 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 페이스로 뛰어봤으니. 내가 추구하는 이상이라는 바늘이 현실이라는 바늘과 맞아떨어졌을 때 마음에 울렸던 그 소리는, 반드시 내 삶에 진동을 낸다. 그러나 그 소리는 내가 살아내는 일상의 끝에서만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브런치에 에세이를 쓰고 있는 지금이 어쩌면 내겐 '갓생'을 살고 있는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글 쓰는 게 일상이 되기도 해서, 평소보다 뜨거운 열정이라고 볼 수 있나 싶기도 하다. 내 마음속에 댕- 하는 소리가 울렸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처음으로 내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겠다는 의지와, 반드시 이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글을 써 내려갔던 그때. 퇴근 후 새벽까지, 출근 전 새벽부터, 어느 날은 밤을 새우면서까지 글을 쓰면서 탈고했던 적이 있다. 그렇게 탄생한 전자책은 영원히 사라질 뻔했지만 브런치 덕분에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relayblog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것보다도 열정을 태울 수 있는 삶의 동기와 목적, 내 안에 있는지도 몰랐던 잠재력을 깨우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람들이 '갓생'을 염원하는 이유라면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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