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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n 21. 2024

무리와 도전의 차이

간절함보다 앞서고 뒤따라야 하는 것


무리와 도전의 차이는 뭘까. 무급의 세상 속으로 뛰어든 다음 맞이하게 된 커다란 기회 앞에서,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분명 기회는 맞는데, 무급 상태에 있는 내가(우리 가정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 결국 보유한 주식을 손해를 보고 매도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우리는 그 일을 감행하기로 했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결코 무리하지 않는 편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은 피한다. 기회비용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여행은 물론 일상에서의 동선이 조금이라도 꼬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저기 가는 길에 여기 들르고, 그거 하는 김에 이거 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 일을 더 벌이는 경우도 있지만, 어차피 해야 할 것에 대해서는 저기만 가고 이것만 하느라 에너지를 쓰는 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왕이면'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런데 어차피 해야 할 일이 아닌, 안 해도 되는 일을 감행할 때는 긴장이 배가 된다. 조그만 일에도 근간이 흔들리고, 선택 자체를 무르고 싶어 진다. 새로운 일에는 도전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효율을 추구하는 성격과는 달리 나는 빈틈이 많고, 그런 나를 책임지는 과정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가족과 함께 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거의 십 년 만의 해외 출국을 앞두고 벌써 소란이다. 여권과 티켓발권 시 입력한 영어 이름의 스펠링 철자 한 개가 불일치했기 때문이다. 메이저 항공사도 아니고 공식홈페이지도 아니라서 변경 시 수수료가 상당할 것이다. 아직 만료되지도 않은 여권을 재발급해야 할 수도 있다. 시작부터 발생되는 비효율과 멍청한 기회비용 앞에 모든 의욕이 상실되었다. 밀려오는 자괴감 끝에 내면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온다.


'이건 무리야.'


무엇이 무리와 도전을 가르는가?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시작단계에선 결과를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간절함이 그 차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원하기만 하고 책임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내가 이 일을 감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무리(無理)를 유리(有利)로 바꿔내는 게 아닐까.


'이건 도전이야.'


도전하는 것은 감당하는 것이다. 그것에 기회비용이 따르더라도, 그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당장에는 비효율적일지라도, 사사로운 것에 사로잡혀서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겠다 의지. 그 일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다. 도전은 엄청난 것을 이루어내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 드러날 만한 일을 회피하지 않는 것, 속상한 만큼 비용을 치르고 그럼으로써 그것을 극복해 보겠다는 의지다.


나는 도전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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