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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l 25. 2024

나는 당신을 삼킬 수 없다

당신은 거기서 그대로 살아있으라


바다와 뭍이 만나는 지점에는 거품이 생겨난다. 살아있는 바다의 생명력이 단단한 바위에 부딪힐 때, 자꾸만 밀려오는 파도가 뭍의 한계선을 만났을 때 거품은 세차게 생겨나고 조용히 사라진다. 살아있음을 주장하는 나의 자아가 널뛰는 감정으로 당신에게 닿을 때마다 나는 생각해야지.


여기서부터는 뭍이다. 이곳은 바다가 아니다. 나는 당신을 삼킬 수 없다. 나는 여기서 나로서 존재하고, 당신은 거기서 그대로 살아있으라.


해수면이 높아진다면 내 앞의 절벽까지도 넘어서겠지만, 그 너머에 있는 생명들마저도 덮어버릴 만큼 흘러넘치는 것이 가당한가. 바다와 뭍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그것은 재앙이다.


철썩철썩, 쉼 없는 파도소리는 내 자아가 혼나는 소리다. 내가 삼킬 수 없는 것, 그래서는 안 되는 것에 세차게 부딪힐 때마다 생겨나는 소리다. 아프다. 상처는 거품같이 사라지지만 다시 생겨나기를 반복한다.


쏴아아 솨아. 잔잔한 해변가의 파도에서는 고운 소리가 난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는 고운 모래가 있다. 움푹 파인 자국들도 말끔하게 씻어낸다. 다시 평평한 새 길을 만들어낸다. 신을 벗고 거닐게 되는 그곳에는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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