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아파트 화재 사고, 제조물 책임 소송이 불가피하다

by 안영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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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의뢰인과 함께하는 안영진 변호사입니다.


며칠 전, 마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화재 소식을 접했습니다. 전동스쿠터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모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였습니다. 리튬 배터리 화재는 일반 소화기로 진압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이런 비극이 현실로 다가오자, 저 역시 깊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고는 한 가족의 불행을 넘어, 리튬 배터리 제품을 만들고, 팔고, 사용하는 우리 모두에게 중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바로 제품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이 사고를 접하며, 저는 이 비극이 개인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고 복잡한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피해자는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배터리를 만들고, 팔고, 수입한 사람들은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요? 이 글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법률적 답변입니다. 안타까운 사고 이면에 숨겨진 제조물책임법의 원칙과 실무적 쟁점, 그리고 관련된 모든 이들이 맞닥뜨리게 될 법적 리스크를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합니다. 만약 지금 이 순간, 유사한 고민에 처해 있거나 불안감을 느끼고 계시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명확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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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책임법의 이해: 과실이 없어도 책임지는 세상


우리가 흔히 접하는 민사소송, 예를 들어 계약 위반이나 손해배상 청구는 대부분 ‘과실’을 따집니다. 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고의나 부주의, 즉 과실이 있었음을 증명해야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 집약된 현대 제품의 세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소비자가 제품 제조 과정의 미세한 결함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바로 제조물책임법입니다.


이 법의 가장 핵심적인 원칙은 무과실책임주의(결함책임주의)입니다. 제조업자가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제품에 ‘객관적인 결함’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로써 피해자는 입증 부담에서 벗어나 신속하게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책임 주체가 매우 광범위하다는 것입니다. 직접적인 제조업자는 물론, 자신의 상표를 부착해 제조업자로 오인하게 한 표시 제조업자,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국내로 수입한 수입업자도 동일한 책임을 집니다. 심지어 피해자가 제조업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품을 판매·대여한 공급업자가 보충적 책임을 부담합니다. 최근에는 해외 구매대행업체 또한 제조사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판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의 사고에 여러 주체가 관련된 경우, 이들은 연대책임을 지므로, 완제품 제조사, 부품사, 수입업체가 모두 공동 피고가 될 수 있습니다.


법은 결함의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제조상의 결함은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품이 만들어진 경우, 설계상의 결함은 합리적인 대체 설계를 채택했더라면 위험을 줄일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은 경우, 그리고 표시상의 결함은 사용상의 위험에 대한 충분한 경고 또는 지시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제품 자체에 하자가 없더라도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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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의 딜레마: 원인불명은 면죄부가 아니다


제조물 책임 소송에서 가장 큰 쟁점은 입증책임입니다. 피해자는 기본적으로 ①제품에 결함이 존재했다는 점, ②손해가 발생했다는 점, ③그 손해가 결함으로 인한 것이라는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화재처럼 제품이 완전히 전소되어 발화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입증이 쉽지 않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조물책임법의 강력한 법리가 작동합니다. 법 제3조의 2는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결함과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피해자는 세 가지 사실만 증명하면 됩니다. 첫째,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둘째, 위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 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되었다는 사실. 셋째, 위 손해가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실.


이 요건이 충족되면, 결함이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오히려 제조업자에게 넘어갑니다. 이는 리튬 배터리 화재 사건에서 가장 큰 딜레마를 낳습니다. 화재의 특성상 제품이 전소되어 ‘원인 불명’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피해자에게도 불리하지만, 결함 추정이 인정된 이후에는 제조업자에게 더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형사 사건에서는 ‘의심은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적용되어 원인불명이 제조사의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사 소송에서는 다릅니다. 과거 전동 킥보드 화재 사건 판례에서 법원은 국과수가 발화 원인을 특정하지 못했음에도, 화재 장소에 다른 전기기기가 없었다는 정상적 사용 정황을 근거로 결함 추정을 인정했고, 결국 제조사에 배상 책임을 부과했습니다. 따라서 제조업체는 단순히 ‘원인 불명’을 주장하는 소극적 태도로는 방어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의 ‘정상적 사용’ 주장을 반박하거나, 사

용자 과실·외부 요인 등 다른 원인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입증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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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항변의 한계와 실무적 대응 전략


제조업체가 책임을 면하려면 개발위험 항변이나 법령 준수를 입증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개발위험 항변은 사고 당시 확보할 수 있었던 ‘최고 수준의 지식’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인정받기가 극히 어렵습니다. 법령 준수 역시 최소한의 기준만 충족했는지를 따지는 수준이라 방어 논리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그렇다면 제조사, 부품사, 수입업체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완제품 제조업체: 배터리 셀 자체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배터리 팩의 설계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오류 등 설계상 결함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모든 부품과 조립 과정에 대한 철저한 품질 관리 기준을 수립하고, 사용설명서에 과충전, 임의 개조, 비정품 충전기 사용 등에 대한 명확한 경고를 포함해 표시상의 결함 주장을 선제적으로 방어해야 합니다.


배터리 제조업체(부품업체): 완제품의 화재가 배터리 셀 자체의 제조상 또는 설계상의 결함에 기인한다는 주장에 직면합니다. 제조물책임법 제4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부품의 결함이 완제품 제조업자의 설계 또는 제작에 관한 지시로 인해 발생했음을 입증한 경우 책임을 면할 수 있으므로, 완제품 제조사와의 계약 단계부터 납품한 부품의 한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수입업자 및 해외 구매대행업체: 국내에 제조사가 없는 해외 제품의 경우, 제조물책임법상 제조업자로 간주되어 모든 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해외 제조사의 정보를 명확히 파악하고, 소송 시 즉시 고지할 수 있도록 관련 서류를 보관해야 합니다. 또한, 해외 제조사로부터 배상금을 받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여 PL(제조물배상책임) 보험 가입을 통해 잠재적 재정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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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조언: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제조물책임법의 무과실책임주의와 결함 추정 법리는 리튬 배터리 화재사고와 관련된 기업들에게 거대한 불확실성과 법적 리스크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소송이 제기되면 막대한 배상 책임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훼손까지 감수해야 하므로, 사후 대응보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선 위험 식별과 품질 관리 체계를 강화해 법적 최소 기준을 넘어서는 자체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법원의 판단은 법령 준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한층 높은 수준의 안전성 확보를 선제적으로 실행해야 합니다. 또한 사용 매뉴얼과 제품 안내서에 과충전, 충격, 비정품 충전기 사용 등 주요 위험 요인에 대한 경고와 지침을 명확히 포함해야 합니다. 이는 표시상의 결함을 사전에 차단해 소송 리스크를 줄이는 핵심 전략이 됩니다.


재정적 안전망으로서 PL(제조물배상) 보험 가입은 필수적입니다. 예상치 못한 대규모 손해배상 위험을 흡수할 수 있는 보험 체계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아울러 위기 대응 매뉴얼을 준비해 화재 사고 발생 시 현장 보존, 잔여물 확보 등 증거 수집을 포함한 신속하고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소송 과정에서 결함 추정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기반이 됩니다.


리튬 배터리 화재 소송은 ‘결함 추정’과 ‘원인 불명’이라는 복잡한 법리와 기술적 난제를 동시에 포함합니다. 따라서 전문적인 법률 자문과 과학기술적 분석이 결합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법률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저희 법무법인 정윤은 이런 복합적인 사건에 대해 치밀한 법리 구성과 전략적 대응을 통해 법적 책임과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만약 지금 유사한 고민을 하고 계시다면, 상담을 통해 방향을 잡아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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